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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 지역밀착형 기사/귀농일기(34)

기사승인 2021.07.19  09: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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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농인 송장혁 님의 “황제에게 진상한다는 각오로”

 

  나는 요즈막 하미과 수확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인터넷에 등록된 사전에는 하미과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하미과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하미 지구를 원산지로 하는 멜론의 한 품종이다. 학명은 Cucumis melo var. inodorus로 일년생 식물이다. 옛날에는 황제의 진상품으로 단맛이 강하고, 중국에서도 특히 브랜드가 높은 참외이다. 
황제에게 진상했을 정도로 하미과는 맛, 품질, 영양 등 여러 면에서 월등하다. 사전에서는 하미과를 참외라고 했지만 우리 농가에서는 흔히들 멜론의 일종이라고 부른다. 멜론은 많은 분들이 재배하지만 하미과를 재배하는 농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재배법이 널리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하미과를 재배하려고 작심한 건 재작년에 처음으로 맛본 경험 때문이었다. 
난생 처음 하미과를 먹었는데 입안이 황홀하다고 느낄 정도로 강한 인상이 남았다. 함께 먹었던 가족들도 기가 막힌 맛이라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황제에게 진상했다는 과일이니 우리 가족에게도 마음껏 먹이고 싶었다. 나에게는 황제보다 가족이 더 중요하니까 말이다. 이왕 농사지을 거 황제에게 진상했던 상품보다 더 좋은 하미과를 가족에게 진상(?) 하고 싶어 본격적으로 하미과를 공부해 올해 처음 수확을 앞두게 되었다.
가족에게 먹일 생각에 농법에 심혈을 기울였다. 화학비료나 농약 등을 최소화 하고 친환경농법으로 재배에 들어갔다. 한약 액비와 발효퇴비, 미생물과 퇴비차를 만들어 사용했다. 손수 만들고 뿌리느라 몸이 파김치가 되는 날이 많았다. 그럴 때면 농사의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 혀를 내두르다가도 하미과가 튼실하게 자라나는 모습에 귀농하기를 잘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수확을 앞둔 하미과

 귀농하기 전에는 광주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이었는데 20년 정도 운영했다. 학원을 운영하며 틈틈이 아버지를 도우려고 담양을 찾았다. 아버지는 수박과 고추 농사를 지었는데 연로하신 탓에 내 도움이 절실했다. 주말을 학수고대하는 아버지를 외면할 수 없어 피곤해도 쉬지 않고 아버지를 도왔다. 아버지를 돕다보니 의외로 농사가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 나는 서서히 귀농을 준비했다.
준비없이 무턱대고 귀농할 수 없으니 시험 삼아 블루베리를 식재했다. 4년 전이었다. 100평에 식재를 하고 관리하는데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에 뿌듯했다. 감명 깊은 영화나 드라마, 예술 작품을 감상했을 때보다 행복했다. 그 행복을 뒤로 미루고 싶지 않았다. 나는 생각보다 빨리 귀농을 결심했다. 은근히 5년 후를 예상하고 있었다.
  귀농을 서두른 건 아버지 영향도 컸다. 아버지가 땅을 물려주셔서 농지 구입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블루베리를 재배한 경험이 자신감이 되어 나를 부추겼다. 마음이 바뀔까 싶어 주소부터 이전을 하였다. 2018년이었다. 하지만 학원을 정리하고 준비를 하느라 본격적으로 농사에 뛰어든 건 2020년 이었다.
귀농해서 블루베리 재배 면적을 900평으로 늘렸다. 블루베리는 수확 기간이 짧아 다른 작물을 겸해야 했다. 그때 처음으로 맛보았던 하미과를 기억하고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황제에게 진상했다는 하미과

하미과에 관심을 가진 건 비록 맛 때문만은 아니었다. 동물을 좋아해 반려견이 여러 마리 있는데 수분 함량이 많아 강아지가 먹으면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한몫했다.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반려견은 가족과 같은 존재라 그들에게도 질 좋은 과일을 맛보게 하고 싶었다.
반려견은 농장 조성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들이 와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그들의 방문도 설계에 반영되었다. 애완동물과 함께 마음껏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 그것이 내가 꿈꾸는 미래의 농장이다.
학원을 운영하며 만났던 아이들도 생각했다. 죽기 살기로 공부한 그들이 안쓰러웠다. 공부하느라 지친 심신을 달랠 공간을 제공해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힐링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농장을 찾은 그 시간만이라도 아이들이 공부에서 해방되는 자유를 만끽하게 해 주고 싶었다. 

아이들과 반려견과 농장을 체험하고 싶은 모두에게, 내가 처음으로 맛보았던 하미과처럼, 잊을 수 없는 달달한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 나는 그런 기대와 희망을 가득 품고 산다. 하미과가 풍성하게 결실을 맺는 모습에 그 날이 멀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강성오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하미과 재배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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