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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 지역밀착형 기사/귀농일기(41)

기사승인 2021.11.01  11: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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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농인 박유경 님의 콩,서리태,들께 그리고 ‘맛다담’

박유경 귀농인

  담양으로 오기 전, 광주에서 살았다. 
광주에서의 삶은 한 마디로 삭막했다. 자연, 사람, 공기 등 눈에 띄거나 피부로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정감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도시 환경 속에 오래 살다보니 우울증을 앓았다. 약을 먹거나 심한 정도가 아니었지만 이렇게 계속 살다가는 심각하게 앓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시나브로 싹 텄다. 도시에서 탈출하는 것만이 나를 지키고 보호할 수 있을 듯했다. 마음 깊이 농촌에 대한 그리움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는 장성이 고향이다. 
장성도 농촌이지만, 주위에 농업에 종사하신 분이 부지기수였지만, 나는 농사라고는 티끌만큼도 경험이 없다. 다만 보고 자랐을 뿐이다. 그런데도 유년의 환경이 내 삶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담양으로 귀농하는 것도 유년시절의 영향이고, 귀농하기 전의 삶도 유년의 기억이 크게 작용했다.

맛다담 김치

 귀농하기 전, 나는 광주에서 김치를 판매했다. 김치의 형제라 할 수 있는 깍두기도 팔았다. 매장에서 판매하지는 않고 인터넷을 통해 거래했다. 삭막한 하루하루, 되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극복하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기 싫었다. 무언가를 해야 우울한 나날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아, 마땅한 일을 찾다가 김치를 생각했다. 딱히 잘 하는 것도 없고, 왠지 김치라면 무난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 지루함의 탈출구로 시작했으니 사업자 등록이나 유통허가는 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찾아주는 바람에 사업성이 있다고 생각해 사업자등록까지 하고 본격적으로 나섰다.
  본격적으로 나섰다 해도 약간의 변화만 있을 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이 아니었다. 마음에 두고 있는 도시 탈출을 지울 수 없었다. 농촌으로 가야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 인터넷이야 어디든 가능하니까 김치 판매에 지장을 받을 일도 없어 보였다. 먼저 떠오른 곳이 고향인 장성이었다. 그러나 고향으로 가는 것보다 담양을 선택했다. 여러 가지를 고려했지만 귀촌이 아니고, 생활의 연장선이 되어야 하니 경제활동이 더 유리한 담양으로 결정했다. 남편 고향이 담양이기 때문이었다. 농기계를 빌리고, 땅을 빌리고, 일손을 빌리고, 아무튼 부탁할 일이 많을 텐데 낯선 곳보다 고향이 훨씬 부드러울 것으로 생각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남편의 마음도 한몫했다. 이왕 귀농할 거라면 담양으로 하자는 남편의 권유에 나는 흔쾌히 동의했다. 내 목적은 도시 탈출이었으니 굳이 가릴 이유가 없었다.

풀뽑기

 2020년 담양으로 전입했다. 
남편은 벼농사에 매달리고 나는 밭농사에 집중한다. 남편의 고향이라 땅을 빌리고, 농사를 준비하는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임대한 땅이지만 벼농사 100마지기에 밭은 2,000평정도 된다. 논이 많아 벼는 찹쌀에 흑미까지 생산한다. 나는 콩을 주로 재배한다. 메주 콩, 서리태가 주 작목이다. 통보리도 재배하지만 콩에 비하면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 밭을 더 임대할 수 있다면 통보리도 늘릴 생각이다. 

 농촌으로 오면 바로 심신이 안정되리라 판단했는데 아니었다. 눈에 보이거나, 귀에 들어오는 하나하나가 낯설었다. 아침이면 울어대는 산새 소리, 꼭두새벽에 일하러 가는 사람들의 두런거리는 소리, 신새벽을 날카롭게 가르는 경운기 같은 농기계들의 털털거림. 익숙하고, 정겹게 들려오는 게 아니고 낯설게 다가왔다. 심지어는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산새소리에 무서움을 느끼다니. 내가 이렇게 나약해졌나 하는 두려움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리 오랜 시간도 아닌데 얼마 지나지 않으니 정겹게 느껴졌다. 심신이 안정되자 나는 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그것은 바로 들깨로 만든 절편이었다. 
들깨 절편은 내가 직접 만든 건 아니다. OEM방식으로 만들고, 판매에 집중한다. 그동안 김치를 판매하며 맺어진 단골과 밴드 회원들의 응원이 판매 영역을 확장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일반인에게 들깨 절편이 널리 홍보되지 않았으나 맛을 보신 분들의 평이 좋아 은근히 기대가 크다. 

귀농의 터전

 2020년 귀농했으니 갓 1년이 지난 셈이다. 1년이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인생의 시간이나, 삶의 패턴을 크게 수정한 후에 되돌아보면 긴 시간이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려했던 우울증이 말끔히 사라졌다. 하루하루의 삭막한 일상이 사라졌다. 이쯤 되면 도시를 탈출하려고 했던 목적이 백 퍼센트 달성되었다. 도실탈출이라는 영화도 있고, 다큐가 있어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했다. 영화나 다큐에 등장하지 않았고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 어떤 주인공보다 행복하고 만족도가 높다. 도시 탈출 만세, 만만세다./강성오 군민기자

※ 1966년생 박유경 귀농인은 2020년 담양읍으로 전입해 농사를 짓고 있다.(연락처 : 010-8974-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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