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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칼럼(3)/ 303번 버스를 기다리며

기사승인 2022.06.27  1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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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 사무국장(담양군 슬로시티사무국)

담양뉴스는 기획취재 【슬로시티 담양 미래 전망은?】 보도와 관련해 담양군 슬로시티사무국 실무책임자인 정호 사무국장의 칼럼을 통해 슬로시티 담양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 등에 대해 몇 차례(월2회) 칼럼을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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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 사무국장(프로필)

· 담양군 슬로시티사무국 국장
· 담양군자치분권추진협의회 위원
· 담양교육참여위원회 위원장
· 전남도교육참여위원회 미래혁신교육특별위원회위원장
· 대숲교육공동체 대표 
· 창평향교 장의


“군민 모두가 행복한 담양”. 

새로운 담양을 표방하고 당선된 이병노 군수의 슬로건이다. 
7월 1일 취임하면 공식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사실상 4선을 했던 전임군수 시대의 공과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새로운 변화를 군민과 함께 만들어 가야 할 막중한 책무가 주어졌다. 

생태인문학의 도시 천년담양이라는 브랜드를 내외에 천명하고 표면적으로는 깨끗하고 조용한 도시 이미지를 갖춘 담양은 은퇴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가 되었다. 인근 광역도시 광주와 가까운 탓이기도 하지만 죽녹원, 관방제림, 소쇄원 등 청정한 대숲향기를 적은 소비로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 속살에 닿으면 알 수 없는 답답함에 사로잡히곤 한다. 군민들은 표정이 굳어 있고 웃질 않는다. 뒷담화는 무성하나 공개적인 토론은 하지 않는다. 공동체의 상생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보다 눈치를 살피며 사익을 추구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 대부분 자신에 몰두하고 간섭을 싫어하여 마음은 콘크리트 벽처럼 딱딱하고 삶은 건조하다. 비단 담양만 그러겠는가만은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담양은 겉과 속의 온도 차가 심한 곳이다. 권한을 남용하여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뺏거나 공동체의 신뢰를 저버리는 횡령, 배임, 사기도 다반사로 벌어지며, 학력을 속이고 활동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선출직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각설하고, 지난 6월 21일 필자의 경험을 덧붙이며 새로운 담양을 위한 충언을 드리고자 한다. 바깥 온도가 34도를 기록했던 하지, 오전 10시 45분 303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덕 차동마을에서 담양읍 백동사거리로 일을 보러 가기 위함이었다. 한 시간 반 간격으로 다니는 버스이기 때문에 군민 누구나 놓치면 낭패를 면할 수 없다. 버스가 도착하였다. 버스 안에는 한 사람의 승객도 타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서였다. 주머니를 뒤지며 마스크를 찾고 있는데 운전기사는 자꾸만 페달을 밟았다. 마스크는 상의 속주머니 깊은 곳에 있었는데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슬로시티 담양에서 겪은 허탈한 경험이었다.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유비에게 "제갈공명"이 있다면, 징기스칸에겐 거란 출신 "야율초재"가 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야율초재는 몽골제국을 건설한 징기스칸의 명재상이었다. 징기스칸이 오고다이칸에게 권력을 이양하면서 야율초재에게 도움을 청했다. 오고다이칸은 야율초재에게 몽골제국의 안위와 번영을 위해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이때 야율초재가 한 충언이 “흥일리불약제일해(興一利不若除一害), 생일사불약멸일사(生一事不若滅一事)”이다.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 

새로운 담양. 제거하고 멸해야 할 그 하나는 무엇일까? 필자는 잘못된 제도와 관행, 이에 길들여진 못된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규제개혁위원회를 통하여 바꾸어야 할 규제를 취임하는 해에 꼼꼼하게 추려,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제1의 공약과 거듭된 약속은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스티브잡스가 자신이 만든 회사 애플에서 쫓겨난 뒤 회사가 망할 무렵 다시 복귀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불필요한 제품을 제거한 것이었다.  

새로운 담양은 말랑말랑한 도시, 기다릴 줄 아는 도시, 안부를 묻는 도시, 웃으며 인사하는 도시, 소박한 꿈이 실현되어 마음이 넉넉한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꼭 시행했으면 하는 사업을 하나 제안하고자 한다. 마을공동체 울력 복원사업이다. 한 달에 한 번 5시간, 마을주민들이 유산각에 모여, 쓰레기도 줍고 돌담도 정비하고 점심도 나누고 마을살림살이를 공유하는 사업이다. 

울력에 나오는 마을주민들에게 마을살림살이 노동을 위한 대가로 1인당 매월 5만 원, 1년에 12번 1인당 총 60만 원을 울력에 참여하는 사람에 한하여 지급하는 사업이다. 마을에 놀라운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우선 슬로시티 마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해 가면 예산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다. 슬로시티 전역화 사업이 완료되어 350여개 자연마을에서 마을공동체 울력이 활성화되면 어느새 담양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만 자립도시가 되어 있을 것이다. 필자가 추계한 바에 따르면 350여개 자연마을 전체를 대상으로 동시에 울력을 실시한다 하더라도 년간 예산총액은 84억. 담양군 전체 예산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가성비 높은 정책 아닌가? 

“개문유하(開門流下)”라는 말이 있다. ‘마음의 문을 열고 낮은 곳으로 물처럼 흐르자.’ 무위당 장일순의 말이다. 버스 문을 열고 환하게 반기는 운전기사, 방문을 열고 유산각으로 걸어 나오는 노인.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생태적 인간인 그 사람, 에코사피엔스는 그리 특별한 존재도 아니고 먼 곳에 있지도 않다. 새로운 담양, 버릴 것은 단호하게 버리고 가자.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담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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