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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 창간4주년기념 기획연재Ⅲ(소설)/소쇄원의 피로인(제45화)

기사승인 2022.06.27  1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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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원의 피로인
양진영 작가담양뉴스는 2019년 창간4주년 기념 『기획연재Ⅲ/소설』로 ‘2019담양 송순문학상’ 수상자인 양진영 작가의 걸작 장편소설 【소쇄원의 피로인】을 연재중입니다.
소설 ‘소쇄원의 피로인’은  제7회 송순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조선왕조 정유재란때 일본으로 끌려간 소쇄원의 주인 양산보의 후손들이 고향으로 되돌아오게 되는 과정을 사료를 바탕으로 그려낸 소설입니다. 양진영 작가의 장편소설 ‘소쇄원의 피로인’은 월2회 가량 지면을 통해 연재중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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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허허실실

야스모토의 뜬금없는 칭찬이 몽린에게는 당황스러웠다. 지난 스무 해 동안 한시도 잊지 않았던 귀국의 열망은 군자의 길을 향한 열망이 아니었다. 태어난 땅에 대한 그리움, 그곳의 흙 냄새, 그곳 사람들의 정겨움에 대한 열망이었다. 야스모토는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내일 새벽에 오즈로 떠날 것이야. 마사즈미님의 가신이 들이닥쳤을 때 내가 있으면 곤란하니까. 이 집의 호위병도 대부분 데려갈 테니까 막부에서 유시문이 왔을 때 막을 자는 없을 터. 미리 대비를 하고 있다가 모두 데리고 즉시 떠나도록!”
“감사합니다! 진실로 감사…….”
“그만 둬. 그대를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야. 우리 가문과 나 자신을 위한 계책일 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야스모토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와키자카 가문에서 자신의 말상대가 될 수 있는, 유일한 학자를 떠나 보내는 데 대한 섭섭함 때문이 아닐까.
“한가지 명심할 것은…… 오즈성에 남아 있는 그대의 동생과 조선인들은 내가 봐 줄 수가 없어. 얼마 전에 아버님이 수석 가로에게 명해서 그들을 감시하는 병사가 이미 배치됐을 것이야. 그대 동생의 안전은 그대가 알아서 챙기도록.”
“명심하겠습니다. 오즈번에 피해가 안 가도록 최대한 조심해서…….”

몽린은 말을 끊고 야스모토의 눈을 응시했다. 그 눈에 설핏 눈물이 어린 듯해 가슴이 저렸다. 문관 기질이 센 야스모토는 어린 시절에 활쏘기 연습을 할 때면 곧잘 눈물을 흘려서 야스하루에게 야단을 맞곤 했다. 비록 이국인이고, 더군다나 조선인이 원수로 여기는 왜인이지만 몽린에게 야스모토는 적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존재였다.
깊은 속내를 가진 사나이야.
조선인 시종의 음모를 알면서, 아버지까지 속이고 서둘러 이 집을 떠날 때는 남모르는 고민이 많았을 터. 그 고역을 홀로 감내하려는 야스모토에게 일 말의 고마움이 느껴졌다.
몽린은 입술을 사리물고 방을 나섰다. 마음을 다잡으려 늦여름의 뜨거운 바람을 폐부 깊숙이 빨아들였다.
허와 실이라…… 야스모토님은 쓸모 없는 우리 일행을 버리고 가문을 보존하는 길을 택했고 나는 조선에서는 필요 없는 찻사발을 진상해 백여 명이 귀국하는 길을 택했구나.
야스모토와 자신이 모두 손자가 가르친 허허실실 전법으로 승리한 듯한 기분이었다. 몽린은 우둔대는 가슴을 쓸어 내리며 아직 불이 켜진 야스모토의 방을 바라보았다. 가볍게 목례하며 마음속으로 작별 인사를 전했다.
“야스모토님. 부디 학문에 정진해 도리가 없는 이 왜국 땅에 성현의 가르침을 널리 퍼트린 현자가 되시오.”
서쪽 하늘 끝에 아련히 솟은 묏부리가 온통 붉은 노을이었다. 

귀환의 노래

“정사년(1617년) 9월9일 점심쯤. 유명환은 야스하루의 주조지마 저택을 빠져 나오자마자 오사카 항구로 이어지는 가도를 내달렸다. 그가 박차를 가할 때마다 즐겨 타는 말이 뽀얀 흙먼지를 일으켰다. 하루 전날 야스모토를 태운 전함이 오즈로 출발했으니 그보다 빨리 몽인에게 달려가야 했다. 그가 타고 다니는, 네 사람이 노를 젓는 작은 쾌속선은4일이면 오즈에 당도했다. 반면 야스모토의 배는 백여 명 이상이 승선해7일쯤 걸렸다. 야스모토가 입성하기 전에 몽인과 대기 중인 조선인들이 배를 타고 시코쿠를 빠져 나와야 했다.

몽린의 계략대로 오늘 새벽에 마사즈미의 군사가 야스하루의 저택에 들이닥쳤다. 수백의 중무장한 병졸이 저택을 에워쌌고 오윤겸이 보낸 최의길 역관이 십여 명의 군관을 동행하고 있었다. 저택의 무사 대장은 야스하루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고 한동안 옥신각신했지만 야스모토가 호위병을 거의 데려가서 변변한 병력도 없었고 쇼군의 최측근이 보낸 군사의 위세가 등등해서 감히 맞설 엄두를 못 냈다. 쇼군이 직접 내린 명령서라는데 누군들 저항할 수 있을까. 40리 떨어진 쿄토에서 야스하루가 소식을 듣기도 전에 몽린과 혜란, 어머니 등22명의 조선인이 저택을 빠져 나왔다. 

담양뉴스 webmaster@d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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