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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대숲소리】(52)/우공(愚公)과 지수(智叟)

기사승인 2022.09.30  17: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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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남 칼럼위원(담양문화원장)

우공과 지수는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編) 우공이산(愚公移山) 고사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다. 이름에서 보듯이 우공은 어리석은 사람이며 지수는 지식을 쌓은 똑똑한 사람이다. 나이 아흔이 다 된 우공이 집 북쪽을 가로막은 산을 옮기려고 합니다. 그러자 우공의 아내가 다음과 같은 논리로 반대합니다.

“당신 힘으로는 작은 언덕도 허물 수가 없을 텐데, 그런 큰 산을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그리고 허물어 낸 흙과 돌을 어디로 치운단 말입니까?”
이것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에서 나온 것입니다. 아흔이 다 된 우공에게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그 일은 사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바보스런 일이었던 것입니다.
우공은 "나는 늙었지만 나에게는 자식과 손자가 있고, 그들이 자자손손 대를 이어나갈 것이다. 하지만 산은 불어나지 않을 것이니, 대를 이어 일을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산이 깎여 평평하게 될 날이 오겠지.
우공이란 이름 그대로 상식적인 선에서 보자면 어리석은(愚) 늙은이(公)의 행위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공은 반대를 무릅쓰고 그 일을 시작합니다. 우공은 세 아들과 손자들을 데리고 산의 돌을 깨고 흙을 파내서 삼태기에 담아 발해 바다 끝머리로 날랐습니다. 이웃에 사는 경성씨 집 과부에게 열여덟 살인 아들이 있었는데 우공이 하는 일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 일 년에 겨우 한 차례 흙과 돌을 버리고 돌아오는 정도였습니다.

그러자 지수라는 사람이, “그대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오. 앞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대의 힘으로는 산의 풀 한 포기도 없애기 어려울 텐데, 그 많은 흙과 돌을 도대체 어찌할 생각이오?” 하며 우공을 비웃었습니다. 
지수의 이러한 논리는 우공의 아내와 다르지 않습니다. 합리성만을 따진다면, 이름 그대로 지혜로운(智) 늙은이(​叟)다운 말입니다. 그러나 우공은 ‘자손은 대를 이어 한이 없지만, 산은 불어날 수 없다.’라는 말을 하며 일을 계속합니다.
결국 우공의 정성에 감동한 옥황상제는 두 산을 옮겨 주었습니다. 우공이라는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지, 지수와 같은 현명한 사람만 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두 산을 지키는 사신(蛇神)이 자신들의 거처가 없어질 형편이라 천제에게 호소하였더니, 천제는 우공의 우직함에 감동하여 역신(力神) 과아의 두 아들에게 명하여 두 산을 하나는 삭동(朔東)에, 또 하나는 옹남(雍南)에 옮겨 놓게 하였다고 한다.

‘우공이산’ 이야기를 통해 ‘바보가 세상을 바꾼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신영복 선생이 온달산성에 올라 느낀 감회를 피력하면서,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 갑니다.’라고 한 것과 닿아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가장 위대한 가능성은 이처럼 과거를 뛰어넘고 사회의 벽을 뛰어넘어 드디어 자기를 뛰어넘는 비약에 있는 것’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공이산 고사성어에서 주목할 일은 '우공'이 산 두 개를 옮긴 게 아니다. 산신령이 집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이를 옥황상제에게 가서 '우리 거처가 없어지게 될까 두렵다' 걱정하자, 신비한 방법으로 하루아침에 두 산을 옮긴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정진하려는 우공 때문에 산이 옮겨진 일화이다.

"세상은 머리 좋은 사람보다는 우직한 실천을 진지하게 반복하는 사람이 바꾸어 갑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우리는 우공이산을 ‘열심히 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 라는 뜻으로만 알고 있으나 여기에 깊은 의미 하나가 더 숨겨져 있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분별하라는 가르침이 그것이다.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도 어리석지만 할 수 없는 일인데도 굳이 하려는 사람은 더 어리석다. 그러하므로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하면서 할 수 없는 일에 손대지 않는 이가 참 지혜로운 사람이다.

이런 지혜로운 사람이 모이면 버리는 일 없이 모두 제 할 일을 잘해서 세상의 결이 반듯하게 잘 서게 된다. 그런 지혜로운 사람이 필요한데 세상에는 내남없이 오만과 편견에 빠진 사람들이 득시글거린다. 제 일은 팽개쳐 두고 마치 제 것 이기나 한 양 남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며 입에 거품 물고 훈수 드는 걸 정의로운 행동이다 여기는 사람들이 세상에 차고 넘친다. 
그러다 급기야 내 편 네 편으로 패거리 지어 서로 다투기까지 한다.

이런 혼탁한 세상이 오래전에 예단한 열자(列子)가 우공(어리석은 사람)을 지혜롭게 지수(똑똑한 사람)를 어리석게 이름이 주는 의미를 뒤집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우공이산’에 숨겨놓은 이 깊은 뜻을 새기지 못하고 ‘나만 할 수 있다’라며 여전히 오만과 욕망을 쫓는다.

어느 모임에 참석했을 때다. 독설가로 소문난 한 문학가가 ‘지식인들이 지금 우리 사회를 망치고 있다’고 했다. 지식인들이라 자처하는 분들이 들으면 언짢아할지 모르나 듣고 나서 가만히 새겨보니 영 틀린 말은 아닌 듯 하여 나는 씁쓸하게 속웃음을 웃었다.
참 지식인은 켜켜이 쌓은 지식을 말로 드러내지 않고 그 지식을 녹인 지혜로 행동한다. 
‘우공이산’에 나오는 우공이 그러하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담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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