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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 창간4주년기념 기획연재Ⅲ(소설)/소쇄원의 피로인(제49화)

기사승인 2022.12.02  11: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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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원의 피로인
양진영 작가담양뉴스는 2019년 창간4주년 기념 『기획연재Ⅲ/소설』로 ‘2019담양 송순문학상’ 수상자인 양진영 작가의 걸작 장편소설 【소쇄원의 피로인】을 연재중입니다.
소설 ‘소쇄원의 피로인’은  제7회 송순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조선왕조 정유재란때 일본으로 끌려간 소쇄원의 주인 양산보의 후손들이 고향으로 되돌아오게 되는 과정을 사료를 바탕으로 그려낸 소설입니다. 양진영 작가의 장편소설 ‘소쇄원의 피로인’은 월2회 가량 지면을 통해 연재중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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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귀환의 노래

“가지고 갈 짐을 모두 말에 싣게!”이각쯤 지나서 감시병과 왜인이 거의 쓰러진 것을 확인한 몽인은 함께 탈출할 일행을 독촉했다. 손님들이 타고 온70여 필의 말에 짐 꾸러미, 아이들, 아낙을 태워 새벽 어스름이 짙어지는 벌판을 질주했다. 20리 떨어진 야와타하마 포구에 가서 배를 타면 스무 해나 갇혀 지냈던 야스하루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것이다.

한참을 달리다 몽인은 뒤를 돌아다 보았다. 저 멀리 떨어진 가마에서 아직도 화톳불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여덟 살에 창암촌에서 납치된지 어느 새 스무 해. 낯선 땅에서 죽음은 모르는 곳으로부터 왔고 순응하는 자만 살아남았다. 굴종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운명이 슬프다 못해 잔미웠다.

누군들 신불이 점지한 숙명을 이길까. 돌이킬 수 없는 주검처럼 뒤돌아보지 말고 가자.배를 타고 가다가 야스하루가 뒤늦게 보낸 수군에게 당해 수장될 수도 있었고 강우성을 못 만나면 망망대해를 떠돌 수도 있었다. 몽인은 뭔가를 결심한 듯 아랫입술을 사리물었다. 고갯마루 아래로 빤히 내려다보이는, 작은 포구를 향해 바람처럼 질주했다. *

그해9월15일. 오윤겸을 실은 조선 전함은 오사카항을 출발해 쾌속으로 남하했다. 5일쯤 오사카 인근에 머물며 추가로 돌아갈 조선인을 찾았지만 오히려 배에 머물던 몇 사람이 돌아가 더 체류할 필요가 없었다. 오윤겸은 가능한 빨리 내달려7일 내에 히로시마에 당도하도록 명했다. 오사카로 올 때 전 선공판관 박우 등을 면담했는데 그가 수십 명의 피로인을 모집해 히로시마에서 합류할 예정이었다.

몽린은 매일 선상에서 날을 지새며 강우성이 조선 전함을 이끌고 오즈로 향할 날만을 기다렸다. 강우성은 코베, 와카야마 등 항구에 수시로 들러 피로인을 접촉 중이어서 배에서 그를 볼 기회가 없어 더 답답했다. 지난9일에 야스하루의 저택을 탈출했으므로 유명환이 쾌속선을 타고13일에는 오즈에 도착했을 것이고 지금쯤 몽인 일행이 오즈를 떠나서 시모노세키로 향해야 했다. 강우성에게는 그가 오즈에 도착했을 때 몽인은 미리 탈출했을 수 있으므로 그 경우는 바로 시모노세키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해 두었다.

그러고 나서 막상 시모노세키를 지나 북큐슈의 카라츠, 이키섬, 츠시마(대마도)의 이즈하라 항구에 이른, 10월3일까지 강우성의 행방이 묘연하니 속이 바싹바싹 타 들어갔다. 거의 한 달을 내내 배에 갇혀 지내는 몽린이 몽인 일행의 행적을 알 리는 만무했다. 어머니는 몽인이 어딘가 바다에 수장됐을지 모른다, 죽는 것 보다는 차라리 두고 올 것을 그랬다 등등 후회하며 하루에 두세 번씩 눈물을 흘렸다.

배에서는 하늘 같은 위치에 있는 오윤겸에게 자꾸 뭔가를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환장할 지경이었다.기실 오윤겸도 소식을 궁금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히로시마에서 최의길, 강우성 두 역관을 불러 북큐슈의 치쿠젠, 부젠 등을 돌면서 피로인을 모집하도록 명했었다.

두 사람이 데려올 조선인이 약150여 명이었다. 그들까지 데려가야 경우 삼사백 명을 채우고 임금을 뵐 낮이 있을 것이다. 무리하게 욕심을 낸 것이 화근이었는지 강우성이 타고 간 전함이 돌아오지 않으니 잘못하면 나중에 조정에서 책임을 물을 판이었다. 대마도주를 달달 볶아 쾌속선을 여기저기로 보내고 법석이었지만 종내 소식이 없었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담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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