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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18)/ 마음 속 장미 하나 가졌는가

기사승인 2023.01.16  13: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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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선이(담양군문화도시추진단장)

새해를 맞이하면 우리는 변화를 갈구하는 자신을 위해서, 다가온 새로운 시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올해의 목표를 세운다.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하자’ 주의와 ‘3일도 못 갈 텐데 굳이’주의가 맞서기도 하지만 어쨌든 고심을 하는 것은 한해를 정리하면서 다음을 준비한다. 지난 시간을 점검하고 보충하기 위한 리스트를 작성하고 1년 후 나의 성장 그래프를 위한 노력들이 그려질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올 한해 어떤 상상을 하고 현실화하기 위해 무얼 할 것인가 질문을 던진다.

문화도시라는 틀을 벗어나서, 담양이라는 지역을 떼어내고, 주변 인물들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를 되짚어보면 오롯이 나만을 두고 상상하고 현실이 되도록 달려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이 생긴다. 온통 일에 파묻혀서 살아가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었기에 그 안에 내가 있는 것인지 문화도시만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혼돈 속에서 빠져나오기로 했다.

우선, 누구나 그러하듯 다이어리를 마련했다. 365일 다이어리가 아닌 90일 다이어리를 통해서 목표의 시간을 짧게 잡았다. 90일의 시간에 일상이 좀 더 구체화 되도록 작성할 것이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독서목록을 작성했다. 작년 연말 ‘달빛서림’에서 적극 추천한 ‘오웰의 장미’를 지금까지 껴안고 있다. 하루 15분 이상 읽기가 힘들지만 어찌어찌 이어가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자부심이 살짝 올라가려고 한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공부를 하기로 했다. 전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해서 깊이 학습하기로 했다. 물론 인터넷 강의이지만 틈틈이 오프라인에서도 학습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나의 부족함이나 불만스러운 점에 대한 개선 의지가 반영되었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부족한 면을 채워 전면에 내세울 수 있도록 나를 브랜드화하는 과정으로 삼았다.  

이렇게 기술하고 나니 3가지의 목표는 세운 셈이다. 
독서를 통해서는 명인들의 가르침을 인생 좌표로 삼아 나를 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고, 공부함은 사회적 역할과 의미에 가치를 부여하는 학습으로 이어지게 한다. 이 모든 과정을 다이어리에 꼬박꼬박 기록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개인의 역사로 자리할 수 있다. 

나를 위해 세운 목표치고는 너무나 흔하디 흔한 목표일 수 있다. 그러나 위 3가지의 목표를 세울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반세기를 살아오면서 작심삼일에도 너무나도 관대했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주변이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먼저, 지난 해 10월 담양군에서 공모했던 민간기록물 수집 공모전에서 근 20년 동안 영농일지를 썼던 최영덕 님의 기록은 그야말로 지역의 역사를 보는 바로미터였다. 대상뿐만 아니라 수상한 25명을 빼고도 접수만 166점이었다는 것은 동네 곳곳에서 작은 일상을 기록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지역민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들은 소소하게 기록을 하지만 시간이 축적됨으로써 기록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부여하게 됨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두 번째는 지역의 작은 서점으로부터 시작한다. ‘단순한 것들을 기리는 노래 詩的, 小品店’에서 ‘생각이 넘치는 서점’으로 전환하고 있는 ‘달빛서림’이 계기가 되었다. 서점이라는 기존 개념을 벗어나 실천을 목표로 하는 서점이다. 물론 이곳만은 아니겠지만 조용하게 적극적인 대쉬를 하는 곳은 많지가 않다. 자석처럼 끌리게 만드는 매력을 품고 상호토론과 생각의 접점을 찾아가는 커뮤니티를 이끌어가는 동력을 만들고 있다. 하지않으면 안되게끔 자꾸만 손짓하여 나를 움직이게 하는 곳이다. 커뮤니티에 동참하고, 실천하는 계기를 독서의 시작으로, 일상의 소모임 활성화로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은 중미 전쟁이 우리의 호주머니 사정을 좌지우지하는  세계 정세에는 민감하지만 스며들 듯 다가오는 기후변화에는 둔감하게 행동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성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500년~1,000년 동안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미래 공부한다는 것은 단순 기후위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세대간, 지역간의 양극화는 점점 극대화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존중은 사라지고 있다. 스스로 공부하며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 인스타, 메타버스 등 웹 3.0을 배우며 MZ세대와의 관계에 한 발짝 다가가고, 미래를 위해 소중한 것을 보존하는 법을 배우며, 소외된 곳에 관심을 갖기 위한 작은 몸짓으로 표현하고 싶다. 

3가지 목표에 대한 출발점은 바로 ‘담양’이 알려준 성장의 키워드이다. 
내가 발 딛고 있는 지역에서 나를 변화시키는 것은 당연할 진데, 우리는 잊으며 흘려보내고 있다. 중요한 민간기록자들에서부터 소소하게 지역의 커뮤니티를 이끌며 실천하고 있는 이들까지 담양이 가진 보물들은 무궁무진하다. 그런 의미에서 담양 곳곳에 숨어 있는 보물을 찾아내어 지역을 성장시키는 키워드로, 변화시키는 키워드로 브랜드화 해야 한다. 
그들을 알아보고 소중히 여기며 빛날 수 있도록, 치열한 역사의 현장 속에서도 장미를 심었던 오웰의 마음을 담양의 마음으로 삼아보면 좋겠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담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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