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환수(본지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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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다가 그저 그렇게 마주치는 사람이나 일, 또는 지역이나 물건이 전혀 생각지 않게 관심을 갖게 되면 ‘떠오르는 별’이라는 표현을 쓴다.
하늘에 떠있는 반짝이는 별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신비로움과 그 가치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장군의 계급장에 별이 그려져 있는 것도 최고의 계급이고 그 지위에 올라가는 것이 쉽지 않고 명예스러운 것이다.
이처럼 별은 우리에게 신비로움에 더하여 내 마음 속에서 오래 아름답게 반짝이며 나만이 나의 별을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을 품었다. 그 마음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어두운 밤하늘에서 반짝이듯 힘든 세상 삶속에서 별을 보며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별자리를 삶속에 집어넣어 점을 쳐보기도 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던 시절 풀밭에 누워 밤하늘을 쳐다보면 은하수가 흐르고 무수한 별들이 하늘에 떠 있었다. 지금은 은하수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별도 등급이 높지 않는 한 천체 망원경으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하늘은 우리 삶속에서 멀어졌고 그만큼 세상도 각박해졌다. 그런 와중에도 문득 초저녁 서쪽하늘에서 새벽 동쪽하늘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큰 별을 만날 수 있는데 Venus(미의 여신)라는 이름의 금성, 샛별이다. 같은 별이지만 새벽에 동쪽하늘에서 보이면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별이라고 ‘샛별’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초저녁 서쪽하늘에서 보이면 개가 밥 주기를 기다리는 시간에 보이는 별이라 하여 ‘개밥바라기’라고 불었다.
이렇게 부르는 이름이 다른 금성이라는 반짝이는 별이 지난주에는 시끄러운 세상 이야기 속에서 반짝반짝 뉴스로 관심을 끌었다.
유난히 밝은 ‘개밥바라기’ 금성과 태양계 행성 중 가장 큰 목성이 3월 한 달 동안 초저녁 서쪽 하늘에서 같이 볼 수 있는데 너무 가까워서 만난다는 것으로 표현한다.
태양계에 존재하는 지구와 같은 행성들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데 그 주기가 달라서 안보이기도 하고 보여도 이번처럼 근접해서 보이는 현상은 살아서 보기 힘든 광경이라 뉴스가 되는 것이다. 지금은 지구도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오래 전에는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이나 달이나 별이나 모두가 움직인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움직이는 현상을 일식, 월식으로 부르고 별의 움직임으로 오작교의 전설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으며 별을 이용한 점성술을 만들어 냈다.
역사 기록을 보면 금성과 목성이 만났을 때 점술사들은 불길한 징조라고 예언한 사례가 많다. 고려 숙종 때는 대장군의 반란과 여진족의 침범으로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고, 중국에서는 송나라의 휘종(徽宗)과 흠종(欽宗) 두 황제가 해(害)를 당하기도 하여 금성과 목성이 만나면 흉년이 들고 기근과 질병이 많고 병란(兵亂)이 생기거나 높은 사람이 죽는 등의 흉조로 보았다. 천문 현상을 관측하는 전문가들의 수준이 발전하면서 하늘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예측할 정도가 되자 조선 시대에는 왕들이 천문가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제사를 지내 하늘의 노를 풀려고 했다. 하늘에 떠 있던 태양이 갑자기 사라지니 왕들이 하늘이 노한 것으로 여겨 제사를 지내는 것은 당연했고 얼마 후 다시 태양이 비추니 믿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별들을 바라보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에게는 어쩌다 한 번 보이는 현상들이라 너무나도 소중한 순간일 수 있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두 행성의 근접현상을 일종의 천문 우주 쇼로 여기고 넘겨버린다.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관점과 더불어 그 현상에 부여하는 독특한 의미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뉴튼은 중력을 발견했고 목욕탕 물이 넘치는 것에서 아르키메데스는 부력이라는 법칙을 찾아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머리에 사과가 떨어지기 전에는. 물이 넘쳐 홍수가 나기 전에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에 지나쳐 버린다.
이처럼 과거에는 하늘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이용하여 신하들은 왕에게 스스로를 돌아 볼 기회, 요즘으로 비유하면 대통령에게 탄핵의 겁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였지만 지금은 과학의 발달로 인해 단순한 우주 쇼로 인식하기 때문에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도 어거지(억지)가 많은 세상에 혹시 누가 대통령이 잘못하니 금성과 목성이 만나는 일이 일어났다고 우기는 사람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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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