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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대숲소리】(79)/ 관광안내해설판 방문객 눈높이에 맞추자

기사승인 2023.05.15  18: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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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희 칼럼위원(전남도립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문화재청이 2022년 5월을 전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문화재 안내판 안내문안 공모전을 시행한 바 있다. 딱 1년 전의 일이다. 

기존의 상투적인 판박이 안내판을 정확한 정보를 기초로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기 위한 일이므로 만시지탄이 있긴 하지만 반길 만하다.

공모전에서 선정된 우수 샘플링은 다중의 여론을 수렴한 것이기에 국민 눈높이 잣대로 활용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잘 알다시피 기존 안내판은 대체로 흰색 판넬 바탕에 안내글은 검은색으로 되어 있다. 

내용 역시 천편일률적으로 ‘이 건물은, 이 사당은’ 식으로 사료에 의거해 옮겨놓은 방식이다. 어린이들은 난해한 한자어나 전문용어 때문에, 노인층은 작고 촘촘한 글씨 때문에 두세 줄을 읽어 넘기기가 곤혹스러웠다.

게다가 큰 제목이나 소제목이 전무하고 스토리텔링 기법과 무관한 이야기 구성 때문에 주의와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방문객들은 시대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 정책 당국의 매너리즘을 탓하기보다 전통문화에 대한 자신의 비루한 감수성을 책망하곤 했다. 
 
K-컬처로 대표되는 우리 문화재 홍보야말로 방문객의 감수성과 가독성을 탓할 게 아니라 바야흐로 전통문화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현실화하기 위한 쇄신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정보문화 사회, 여가-레저 시대, 비주얼 감각 세태, 스토리텔링 패러다임에 맞춰 안내판을 바꿔 달아야 한다. 

K-컬처로 한층 고무된 민족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글로벌 체제에 부응하는 문화창달로 격상시켜야 한다. 즉, 이참에 에임 하이(Aim-high)에 부응하여 ‘판을 확 바꿔야’ 한다. 문화재청은 공모에 사적 제12호인 서울 독립문 등 전국에 산재하는 문화재 25곳의 안내 문안을 자료로 제공했다.

여기에다 공모전 가이드 라인으로 쉽고 간결한 용어, 이야기성 추가, 문화재적 가치 소개, 역사적 사실의 확인, 정확한 한글 맞춤법 표기 등을 제시했다. 안내판의 기본을 갖추고 여론을 수용하려는 입장에 공감이 간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나의 사례를 제시해 보기로 한다. 

가령 여수-광양을 잇는 이순신 대교에 관광 랜드마크로서 안내판을 설치한다고 하자. 주요 팩트를 중심으로 구성할 때 기존의 안내판이라면 다음과 같은 형태로 구성되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이순신 대교” ➊전라남도 여수시 묘도와 광양시 금호동을 연결하는 국내 최장경간, 세계 네 번째로 긴 현수교다. ➋계획 초기에 가칭 '광양대교'로 불렸으나 2007년 2~4월까지 전라남도에서 열린 전라남도 내 '주요 장대 교량에 대한 명칭 공모' 통해 ‘이순신 대교’로 명명하였다. ➌여수 국가산단 진입도로 건설공사(2.26km) 일환으로 건설하여 2007년 10월에 착공하여 박람회 직전인 2012년 5월 10일 개통하였다. ➍임진왜란 당시 주요 해전인 노량해전이 펼쳐진 노량해협과 인접한 지역으로 이순신 장군(1545~1598)의 주 활동 무대이자 전사한 지역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뀌면 바람직한가. 
위와 같은 판에 박힌 안내판을 다음과 같은 형태로 바꾸면 어떨까. 

우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싸우다 돌아가신 바다”라는 제목으로 바꾸고, 구성 순서도 ➍-➊-➋-➌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이는 기사작성 지침서인 스타일북에 의거해 핵심 문장을 가장 앞쪽 머리에 놓는 역피라미드 방식이다. 가장 핵심적인 정보나 흥미를 끌 만한 정보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께서 돌아가신 노량 바다이기에 스토리텔링 컨셉을 고려해 양쪽 주탑 거리도 탄신(1545년)보다는 서거 연도인 1598m로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게다가 충무공 이순신 하면 떠오르는 백전백승의 스토리(6가지 설), 죽음에 대한 두 가지 설, 그의 명언과 유명 전적지, 애국충군 의지 등도 이충무공전서, 난중일기 등 사적(史籍)과 전문사가의 도움을 받아 ➎-➏-➐로 추가하면 좋을 것이다. 방문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➍순국과 죽음, ➊사양, ➋명칭, ➌개통 시기, ➎전적, ➏명언, ➐유작 및 관련서 등 소 타이틀을 붙여가며 안내해설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당연히 안내 판넬도 다양한 비주얼 도입이 절실하다.
 
요컨대 문화관광 안내판은 단순한 이정표가 아니다. 방문객들이 가장 흥미롭고, 실용적인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이러한 내용을 우선적으로 배치하고, 부가적인 내용을 덧붙이는 방식이어야 한다. 담양에 소재한 식영정, 소쇄원, 송강정, 환벽당, 죽녹원의 안내판도 이러한 기조를 담아 개편하면 어떨까 제안한다. 문화재청의 공모전이 문화재 안내판을 확 바꾸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담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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