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충년 칼럼위원(전.전남대학교 부총장)
가끔 서울에 가서 전철을 탈 때마다 보는 동일한 광경이 있다.
전철 탑승자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스마트폰(핸드폰)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처음 인지했을 때는 참 재미있는 광경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소름끼칠 정도로 두려운 생각이 든다.
앉아있는 사람들이 깨어 있다기보다 모두 죽은 듯 또는 잠자는 것처럼 보여서이다. 가족도 친구도 모두 잊고 스마트폰과의 사랑에 빠져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절대 선’의 존재 여부도 의문스러운데 ‘문명의 이기’ 또한 이로운 점과 해로운 점이 공존함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스마트폰은 전화기와 카메라는 물론 개인용 고성능 컴퓨터를 통합 축소하여 손에 들고 다닐 수 있게 한 현대 최고의 문명의 이기이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편리함과 게임같은 즐거움을 주면서도 저렴하고 불평도 없다.
사람과 직접 대면하면 생생한 즐거움도 있지만 여러 가지 조심해야 할 부담감도 크다. 이러다 보니 사람과의 직접 대면 대신 스마트폰을 통한 간접 대면을 선호하고, 현장 구매 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한 인터넷 구매를 선호하면서 사람과의 동거보다 스마트폰과의 동거를 더 선호한다. 즉,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꼭 직접 대면할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 세계에서 인터넷이 가장 발달한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율이 낮은 이유를 내집 마련이 어렵고 사교육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흔한 분석에 동의하기 어렵다.
베이비붐이 일었던 1950-60년대에도 내집 마련이 더 어려웠고, 사교육비는 커녕 공교육비도 부담하기 힘들었지만 자식 낳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자식 사랑에 부모들은 피로를 잊고 고단한 하루를 견뎌내며 살았다. 오히려 자식 하나 낳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펼쳐졌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표어 ‘아들 딸 구별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지난 대나무 축제 때 부스에 앉아 지나가는 젊은이들을 눈여겨 보았는데, 앞가슴에 사랑스런 아기를 안고 다니는 경우는 드물고 거의 강아지나 고양이를 안고 다녔다. 아기 자리를 애완동물이 차지해버렸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고 화도 났다.
애완동물 역시 스마트폰과 비슷하게 불평 없이 부담감 없이 자신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주기 때문에 애완동물에 빠지면 점차 자식을 가질 필요성을 잊게 된다. 요즘 애완동물을 반려동물이라 부르는 데에 동의하고 싶지 않다. 물론 나이 많은 노인이 자식과 떨어져 살면서 키우는 애완동물의 경우엔 반려동물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편리한 스마트폰이나 사랑스런 애완동물의 가장 심각한 부정적인 면은 모두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키고 지극히 개인주의적 사고를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부정적 영향은 최소 공동체인 2인공동체(결혼)까지도 거부하거나 육아 부담의 이유로 출산까지도 거부하는 철저한 개인주의적 행태로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극히 낮은 출산율 상황이 스마트폰과 애완동물에 대한 중독으로 나타나는 부정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엄청난 편리함을 가져다 주는 현대문명의 최고 이기인 스마트폰이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해서 스마트폰의 소유나 사용을 제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스마트폰 사용에 답답함을 느끼는 노인들에게는 그 활용법을 적극적으로 교육하여 답답함을 풀어주고 활용 범위를 확대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자 수를 더 늘려 마을마다 노인정으로 찾아가 교육하는 시스템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반면, 스마트폰 중독에 취약한 청소년들에게는 스마트폰의 부정적인 면을 확실히 인식시키고 스마트폰 중독의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대면 활동의 기회를 늘리고, 인내심을 기르며, 독립운동이나 민주화운동 같은 선조들의 후대(공동체)를 위한 희생정신의 가치를 가르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애완동물을 사랑하고 기르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며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애완동물에만 집착하지 말고 모든 인간들에 대해서도 사랑을 줄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어야 그 집착이 개인주의적 산물이 아닌 생명 공동체 의식의 발로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 ※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