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뉴스는 <담양, 인향만리 죽향만리(潭陽 人香萬里 竹香萬里)> 주제로 조선의 시인이 기고하는 독자의 시를 연재합니다.④
몽한각에서
(조선의 시인)
과거에 현실을 겹쳐놓고
어디로든 불시착하고 싶어 나를 잠시 잊는다
나풀나풀 날리다가 모퉁이에
떨어진 낙엽은, 비로소 이승을 건너온 것일까
튀어나온 보도블록에 걸려 덜푸덕
넘어졌다면 그나마 당신은 행운
더 어두운 곳으로부터 떠오르는 태양처럼
순간 꽉 감은 눈 속에 아픈 표정을 숨기고
창피할 새도 없이 벌떡 일어나지
뛰어내림에 망설이는 별빛을 받아주려고
온종일 전력을 다해 민들레꽃은 피어나고
근거 없이 불온한 용기로 인해
우리는 얼마나 많이 넘어져야 했던가
별자리가 휘는 누정을 바라보면
가난한 사람들의 온기를 품고 있는 듯하다
세상은 나를 넘어뜨리기 위해 무장하고
나는 날마다 일어서기에 바쁜데
초연한 누정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다
꿈의 끝이라는 몽한夢漢
상수리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져
어디에 도달하거나 정착했다면 그곳이 꿈의 처소이다
조선의 시인 :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 송순문학상 수상,
시집 『당신, 반칙이야』 외 8권, <시 꽃피다> 발행인
.................................................................................................................................................................................................................................
〔詩 감상〕
대덕면에 소재한 조선시대 양평대군의 증손 이서 관련 재실인 몽한각은 전남 시도 유형문화재 제54호이다. 전후좌우 처마 공간에 마루를 설치하고, 좌우 측면과 정면 협칸 처마는 외목도리를 설치함으로써 정면 6칸, 측면 3칸 규모의 구성이 보기 드문 처리 방법을 보인다.
‘별자리가 휘는 후정을 바라보면 가난한 사람들의 온기를 품은 듯하다’ 우리의 빛나는 유산은 어쩌면 더 어두운 곳으로 떠오르는 태양이 아닐까
(강성남 : 시인, 수필가, 아동문학가, 담양문화원장)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