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동(斗洞)과 용정(龍井), 앞글자 따온 마을
장수마을로 이주민 꾸준히 늘고 소통도 잘돼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 고향마을
▲두정마을 전경 |
밤에 기온이 내려가고, 대기 중의 수증기가 엉켜서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전히 나타난다는 ‘백로’가 지난 지 이틀이 되었다. 얼마 전 며칠 동안 조석으로 가을 느낌이 나다가 태풍의 영향인지 다시 습기가 많아졌다. 그래도 ‘백로’ 절기 덕분에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마을을 갈까 고민하다가 카카오톡의 김범수 창업자의 고향인 수북면 두정(斗井)마을에 가기로 했다. 이 마을은 조선시대 광해군 1620년 경주김씨 중시조(中始祖) 계림공(鷄林公) 균의 10세손 향진(香振)에 의해 조성됐다. 그는 전북 임실 출신으로 제주목사를 지낸 후 여생을 조용히 지낼 곳을 찾아 이곳에 정착했던 것이다.
이후 언양김씨·밀양박씨·김해김씨·함풍이씨 등이 마을에 입주했다. 마을이름은 두동(斗洞)마을과 용정(龍井)마을 이름에서 한 자씩 따서 지었다. 이 마을은 수북면의 최북단에 위치해 있고, 1977년 준공된 담양호 간선 수로가 개설되어 농번기에 농업용수가 흘러 물이 풍부하다.
마을입구에 도착해서 주민 한 분께 인사하고 도움을 요청해봤다.
요즘 마을에 도착해서 뭔가 질문을 하면 어디에서 온 누구인지를 자세히 묻는데, 이 분은 나를 소개하자 바로 “우리 고모집으로 갑시다.”고 했다. 이 주민은 김재규 전직 이장님이었고, 김범수 창업자의 친척이었다. 알고 보니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아버지는 자녀들 교육을 위해서 서울로 이사한 지 오래되었고, 선산과 주변 친척들은 이곳에 살고 있다.
김재규 전직 이장님과 마을을 돌아본 후 헤어졌다. 마을회관 앞으로 다시 와서 고모님께서 알려주신 수령이 500년은 되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아주 건강한 노거수를 보게 되었다. 보호수 안내문에는 수령이 300년이라고 적혀 있기는 했지만, 나무의 크기를 봤을 때 마을주민들 얘기가 더 맞을 듯했다. 이 나무는 기단까지 1미터 가까이 높게 만들어 노거수를 보호해주고 있어서 노거수가 편하고 행복할 것 같았다.
▲수령 300년 노거수 |
노거수를 보고 바로 아래 우물이 있는 곳으로 갔다. 우물이 염소 무리를 뒷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우물과 염소를 동시에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침 주민 한 분(김남영 전직 이장님)이 염소를 돌보고 있어서 그분께 염소사육이 전업인지 묻자, “우연히 빈 집터에 잡초가 무성해서 염소를 사다 넣어 두었다. 그랬더니 바닥에 풀이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염소 번식이 잘 돼서 지금은 사육두수가 많아졌다. 이것을 보고 주변의 지인 이장님들도 마을 빈집에 염소를 넣어 기르는 것을 따라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바닥을 보니 풀 한 포기 보이지 않아서 신기했다.
▲우물아래 옛 빨래터 |
우물은 주변을 단장해서 관리되고 있었다. 김남영 전.이장님께 우물에 대해 물으니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원래 마을에 수량이 풍부한 큰 우물이 두 개 있어 100호의 마을주민들이 다 사용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지금은 10여 년 전에 들어온 상수도가 있어서 사용하지 않지만, 여전히 수량이 풍부해서 계속 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이 우물은 큰 바위틈에서 솟아나는데 겨울에는 물이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해서 상수도 물과 견줄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마을에서는 우물 위에 지붕을 만들어 더 멋지게 보존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마을에서 더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으니, 농사짓기 편리하게 농수로에 U관 묻기와 주민들 삶이 더 건강하고 편리해지도록 환경개선 사업이 더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해가 져서 정자 쪽으로 다시 올라가니 어르신들이 모여들었다.
정자에 올라가 앉으니 주변이 확 트여서 시원한 느낌이 전해왔다. 선풍기 한 대를 틀어놓자 에어컨 바람보다 더 시원하게 느껴진 것은 마을 뒤로 펼쳐진 삼인산 덕분인가 싶었다. 정자에서 노거수를 다시 바라보니 아름답기도 하고 웅장함도 예사롭지 않았다.
▲마을 정자 |
▲정자에 모여 소일하는 마을주민들 |
정자에 오신 일곱 분의 어르신들께 마을 자랑을 부탁했다. “장수하는 어르신들이 많아 건강한 마을이고 물이 풍부하고 인심도 좋다.”고 했다. 정자에서 언제까지 놀다 가시는지 묻자 “집에 있으면 심심해서 9시까지 이곳에서 얘기하다가 들어간다.”고 했다. 옛날 친정어머니께서 마실 다니셨던 일이 기억났다.
밤이 되자 마을 뒤로 펼쳐진 삼인산이 더 크게 다가왔다. 삼인산 자락이 바로 마을과 연결되어있으니 크게 느껴질 법도 하다. 이 삼인산의 좋은 기운을 받아 마을에 ‘카카오’·‘태양자동문’ 등 사업에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나오는 것일까? 마을에 이주민들도 꾸준히 들어오고 또 이주민들과 소통도 잘 되어 서로 친하게 지낸다고 하며 최근에는 세 자녀를 둔 가족도 들어왔다고 하니 앞으로도 기대가 되는 마을이다. /양홍숙 군민기자
(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지원받았습니다. )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