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뉴스는 <담양, 인향만리 죽향만리(潭陽 人香萬里 竹香萬里)> 주제로 조선의 시인이 기고하는 독자의 시를 연재합니다.⑤
관어정 엘레지
(조선의 시인)
물안개 사라진 자리에
옹기 항아리 닮은 蓮못이 있다
더는 물러설 곳 없는
계절은 연못 속으로 녹아들고
다문다문 새소리도 머물다 간다
꽃으로 피어, 그것도 연꽃으로 피어
자식 셋을 품어 안은 어머니
이운 햇살이 관어정에 내려앉는데
해진 가슴 멍울진 채 목마저 꺾였다
침묵 뒤로 드리운 그림자만큼
다음 생으로 무르녹는 살냄새
가녀린 육신으로 은하수를 건넌 후
후생을 기약하고 있는 것인가
불사른 인생의 촛불마저 다 꺼진 지금
일그러진 달처럼 흐릿한 표정이다
세상 밖으로 생을 밀어낸 어머니
당신의 부귀영화가 있었던가
향기의 분첩마저 닫고
세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쁜 숨을 참고
맑은 미소로 마음의 근심을 물리쳤다
이승을 다시 여는지 화엄경을 펼쳐 든다
조선의 :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 송순문학상 수상,
시집 『당신, 반칙이야』 외 8권, 시꽃피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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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감상〕
관어정은 담양군 수북면 나산 마을 앞 나산방죽(羅山提) 중앙(섬)에 있다. 조선 숙종 때 함양박씨 문서(文瑞)가 축조했다는 저수지의 정자다.
내보제 한가운데는 인공 흙섬이 자리하고 있으며 연꽃 자생지이다. ‘이운 햇살이 관어정에 내려앉는데 해진 가슴 멍울진 채 목마저 꺾였다 침묵 뒤로 드리운 그림자만큼 다음 생으로 무르녹는 살냄새’ 시인은 연꽃이 사그라드는 초겨울에 내보제를 찾아와 시상을 탐색하고 그것을 어머니와 오버랩시켜서 시를 완성한다. 연방죽이 참 아름다운 곳이다.
(강성남 : 시인, 수필가, 아동문학가, 담양문화원장)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