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뉴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 ‘2024공동주제 심층보도지원사업’ 일환으로 『지역소멸 대안, 청년·문화가 뜨는 로컬콘텐츠가 답이다』 주제의 공동기획취재를 진행한다.
이번 공동기획취재는 지방소멸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 ▲농촌유학 활성화 ▲청년창업 및 일자리지원 플랫폼구축 ▲도시재생·관광 및 청년유입정책 등 지역의 독특하고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을 통해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국내외 선진지역 지자체를 방문하고, 인구소멸 문제를 극복해 나가는 사례 등을 살펴보게 된다.
아울러, 각 지자체의 특성에 따라 광범위하고 다층적 구조에서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지역소멸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한 문제해결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이번 공동기획취재에는 담양뉴스를 포함 전국의 10개 지역신문사가 공동으로 취재·보도에 참여하며, 보도내용을 중심으로 시민포럼도 개최할 예정이다.
공동취재 전국 10개 지역신문사는 2024년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우수 지역신문에 선정된 곳으로 담양뉴스와 담양곡성타임즈를 비롯 홍주신문(충남 홍성군), 영주시민신문(경북 영주시), 한산신문(경남 통영시), 태안신문(충남 태안군), 보은사람들(충북 보은군), 남해시대(경남 남해군), 성주신문(충북 성주군), 해남신문(전남 해남군) 등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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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국내】
1. 담양군의 지역소멸 대응정책 및 농촌유학 활성화
2. 익산의 특별한 콘텐츠, 청년지원 공간 ‘익산청년시청’
3. 청년이 살리는 군산, 로컬와이즈프로젝트 ‘술 익는 마을’
4. 청년희망도시 전주, 주민·청년 공유공간 ‘둥근숲’ 등
5. 경북 문경, 사라져가는 마을의 기적 “청년 다섯명이 10만명을 부른다”
【국외-일본】
1. 일본 도쿄 도시마구 “인구소멸, 젊은 여성을 잡아야 한다”
2. 일본 군마현 가와바무라, 인구 3500명 농촌마을에 관광객 20만명 몰린다
(3) 청년이 살리는 군산, 로컬와이즈 프로젝트 ‘술 익는 마을’
세계에 당당히 도전장을 낸 ‘술 익는 마을’을 찾아서
▲술 익는 마을 '흑화양조' |
전북 군산시는 일제강점기 호남평야의 쌀을 수탈하기 위해 갯벌 위에 일제가 조성한 신도시이다. 신도시가 건설되자 전국에서 일자리를 찾아 몰리면서 본토 군산 사람들보다는 타향에서 온 사람들이 군산시의 주류가 됐다.
1920년대 산미증식계획(일제의 식민지 농업정책)으로 쌀 수탈량이 급증하면서 부를 축적하게 된 일본인 지주들이 많았고, 쌀을 가공하는 산업도 번성했는데 그곳이 정미소와 양조장이다.
특히, 양조업은 어느 도시보다도 번성해 군산은 양조산업 본고장으로 부상했다. 명절이나 제사 등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면 빼놓을 수 없었던 ‘백화수복'이 군산의 양조산업체 백화양조의 대표 상품이었다.
1940년대 설립된 조선양조가 모태인 백화양조는 일찌감치 국내 청주업계를 석권했으며 국산 양주 제조로도 높은 시장 점유율을 지켜온 업체다. 그러나 1990년대 말 경영권이 바뀌면서 지금은 롯데가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군산의 양조산업 역사를 지역의 콘텐츠로 주목한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양조산업에 관심을 가졌던 지역관리회사 ㈜지방 조권능 대표가 그중 대표적인 청년으로 조 대표는 고향인 군산에 돌아와 농업회사법인 ‘흑화양조'를 만들었다.
조 대표는 일찌감치 군산을 청주의 도시로 되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2017년에 군산의 재래시장인 영화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영화타운 프로젝트’도 양조산업을 다시 일으켜보겠다는 생각이 바탕이었다.
▲영화타운 |
영화타운에는 술집을 중심으로 빵집, 화장품 가게 등을 조성했다. 단순히 영화시장 살리기에만 주목하기보다는 영화시장을 활성화하면서 군산이 가진 콘텐츠를 엮어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대규모 단지는 아니지만 테마파크 형식을 도입, 인근 상점과 협업하면서 마을을 군산의 색깔로 채워나가겠다는 목표였다.
새로운 프로젝트 청년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술익는 마을'을 만들었는데, 이곳에는 양조장과 스파공간이 조성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군산의 술’ 살리고자 만든 ‘흑화양조’
▲흑화양조 |
▲군산 정통주 '군주'(흑화양조 개발 막걸리) |
지역관리회사 ㈜지방 조권능 대표는 영화타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한편 새로운 사업으로 군산의 양조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군산 술인 ‘청주’에 주목하면서 자연스럽게 대명사와 같은 ‘백화수복’의 역사에 관심을 보였다.
1917년 무렵 설립된 ‘백화양조’가 만든 청주인 ‘백화수복’은 이미 군산을 넘어 전국적으로 대표적인 청주로 국민들 사이에도 기억되는 술이었기 때문이다.
명절이나 제사상에 가장 많이 오르는 술인 ‘백화수복’은 ‘백화(白花)양조’가 만든 군산 술로 국민적 사랑을 받아 성장했으나 1970년대를 거치면서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더니, 1985년 두산그룹에 팔린 뒤 다시 롯데주류가 인수해 지금도 이름만 바뀐 군산공장(롯데칠성)에서 생산되고 있다.
지금도 사랑받고 있지만 대그룹이 생산하면서 국민들 사이에 백화수복은 더 이상 군산술로 여기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조 대표는 백화양조의 기술과 스토리에 새로운 색을 더한 또 다른 군산 술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백화양조에서 일했던 장인들을 찾아다녔고 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옛 공장장으로부터 장인을 소개받아 지난 몇 년 어깨너머로 청주 빚는 법을 익히며 조심스럽게 새로운 술을 만들기 위한 농업회사법인 ‘흑화양조’를 세웠다.
■ 마을만들기 사업의 모범이 된 ‘술 익는 마을’
조 대표는 2018년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마을 만들기 사업에 ‘술 익는 마을’이 공모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일본식 가옥이 재현된 군산시 월명동에 자리를 잡았다.
군산을 다시금 청주의 도시로 되살리기 위해 ‘백화양조’라는 회사를 되살리려는 게 아니라 군산이라는 도시에 뿌리를 두고 있던 양조의 문화와 자긍심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되살리기 위해 로컬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흑화양조’ 라는 ‘청주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구축한다.
올해로 5년째 맞이하는 ‘술 익는 마을’ 청년마을사업은 공동체 구축에 주력하며 같은 마음과 같은 방향성을 가진 청년들을 모으는 작업부터 주력한 결과 시제품을 넘어 ‘군주’ 라는 막걸리와 진 스타일의 ‘무리’ 라는 제품의 상업적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일본식 목욕체험 '모락' |
술 익는 마을은 조 대표를 비롯한 4명의 구성원들이 흑화양조의 양조장을 거점으로 막걸리 만들기 체험, ‘모락’의 일본식 목욕체험, 청주바 체험, 게스트하우스인 ‘청주스테이’ 등 18만원 상당의 체험형 관광서비스 상품도 운용 중에 있다.
조 대표는 군산의 대표적인 로컬브랜드로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빵인 ‘이성당’을 뛰어넘는 술로 어깨를 나란히 할수 있는 로컬브랜드인 막걸리 ‘군주’, 청주식 진인 ‘무리’를 10월 중에 시판을 들어갈 예정이다.
■ 청년이 당당한 군산, 군산시 '청년뜰'
▲청년뜰 |
군산시 첫 청년·창업 공간인 ‘청년뜰’은 2019년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군산시 내항 1길 4(군산시 상공회의소)에 위치한 청년뜰은 ‘청년이 당당한 군산’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상공회의소 3~5층에 위치하며, 3층은 60석 규모로 강의나 행사를 추진할 수 있는 청년강당과 15석의 세미나실 2개, IT 관련 교육을 할 수 있는 20석의 교육실을 갖췄다.
4층은 공유주방과 카페를 갖춰 청년들의 자유로운 만남의 장소로 사용되고 있으며 일자리정보센터와 해외취업지원센터가 있어 청년들이 취업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5층은 창업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오픈 코워킹 공간과 개별 코워킹실,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기자재를 갖춘 시제품제작실, 1인 제작자가 간편하게 동영상 제작이나 사진 촬영 공간으로 활용하는 멀티스튜디오 등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청년 역량강화 교육, 취업지원, 청년활동 및 교류 네트워킹 등 서비스공간 운영과 창업교육 및 컨설팅, 예비창업가 육성, 아이디어 시제품 제작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군산대학교 산학렵력단에 민간위탁 운영하고 있다.
■ 군산시의 청년정책
‘청년친화도시’ 선포한 군산시
청년정책위원회가 정책 마련
▲군산 청년축제 포스터 |
▲군산 청년축제 |
전북 군산시(시장 강임준)가 2024년 6월 21일 ‘2024년 제1차 청년정책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군산시 청년정책위원회는 청년정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민선8기 공약사항으로 제시된 사업으로 위원장인 강임준 시장을 필두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과 청년정책 전문가, 군산시의회 의원, 관계 공무원 등 20명으로 2023년 5월 1일 구성됐다. 또한 2년 동안 청년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청년정책위원회를 통해 군산시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군산시 청년 정책이 구현할 비전으로 ‘청년키움, 청년의 행복을 함께 만드는 청년친화도시 군산’을 선포했다. 여기에 달성 목표 및 군산 청년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사업이 담긴 5개년 청년정책 기본계획과 2024년도 시행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5개년 청년정책 기본계획은 그간 개별부서에서 추진해오던 단기간의 청년 관련 정책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시대적 변화와 청년 맞춤형 수요를 반영, 작성한 최초의 중장기 종합계획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군산시 청년정책 기본계획은 총 5대 분야, 71개 과제로 구성됐으며 군산시 청년 삶의 영역을 고려 ▲일자리(24개 과제) ▲주거(5개 과제) ▲교육(12개 과제) ▲복지·문화(19개 과제) ▲참여 · 권리(11개 과제)로 구분하여 추진하고, 5년간 4,040억 3,6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군산형 청년친화기업 지원사업(가칭)’도 준비 중이다. 관내 소재 공공기관 인증 중소기업 대상으로 근무 환경 개선지원, 육아휴직 대체 인건비 지원, 추가 고용장려금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거 분야에서는 ▲청년들의 주거 안전성 확보를 위한 청년월세 한시 특별지원과 청년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 임대보증금 지원 ▲청년(예비)창업자들을 위한 군산STAY 청년창업주거지원 사업을 역점 추진한다.
주거 안정이 곧 직업 안정으로 이어지면서 청년들의 군산시 정착이 증가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 외 도시청년들이 지역에 머물며 창업하거나 지역주민과 소통·교류를 지원하는 다양한 중앙 또는 지자체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취업만큼이나 중요한 교육 분야에서는 지역과 상생하는 지역특화인력 양성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전문인력 양성 및 신산업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학과의 협력 기반을 세우며, 지자체-대학-혁신기관의 연계로 협의체 운영을 통한 중장기 지역성장 선순환 로드맵을 구축한다는 게 군산시의 계획이다.
공교육 경쟁력 강화, 지역산업 연계 인재양성 등을 위한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운영을 위한 공모사업도 추진한다. 복지 · 문화 분야에서는 건강한 청년의 삶을 지원하고자 취약청년 대상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스톱 통합지원사업을 추진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취약한 문화예술 활동 활성화를 돕는 소통협력 문화거점공간도 조성중에 있다. 대학, 민간, 공공이 함께 참여하는 이 공간은 청년들에게 문화인프라를 제공하고 다양한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 및 청년의 특성을 반영한 문화소통의 장을 조성·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참여 · 권리 분야에서는 청년 주도의 청년 참여형 거버넌스 구축과 청년 교류 활성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간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지역소멸 대응 공동취재단
(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지원받았습니다. )
■ 인터뷰/ ㈜지방 조권능 대표
▲조권능 대표 |
“저희는 이 술을 ‘전통주’가 아닌 ‘정통주’라고 불러요. 군산의 양조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첨가하는 재료를 바꿔 재해석을 곁들이죠. 이러면 다른 도시엔 없는 정통성이 제품에 담깁니다. 언젠가 사람들이 군산을 술의 도시로 기억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전북 군산시 월명동 ‘술 익은 마을’ 흑화양조에서 1시간여 만난 ㈜지방 조권능 대표는 담담하면서도 자신감에 넘치고 있었다.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사업으로 시작한 ‘술 익는 마을’의 탄생기의 배경이 된 일제강점기 군산시의 역사적 배경과 왜 술의 도시가 되었는지, ‘백화양조’의 현재까지의 흥망성쇠 과정을 공동 취재진에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청주’가 ‘전통주’라고 불리지만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과거의 흑역사라고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점들은 받아들이고 대신에 우리의 형태로 다시 해석하기 위해 ‘정통주’라고 명명하고 그들만의 노력으로 막걸리 ‘군주’와 해외를 겨냥한 진 스타일의 ‘무리’를 만들기 위한 과정과 10월 중에 시판을 앞두고 있다는 계획도 밝혔다.
조 대표는 “서울 중심에서 벗어날 대안으로 지방에 산다는 자부심을 갖는 것이 청년들에게 절실하다”며 “이를 이길 대안은 지역성을 담은 ‘로컬브랜드’의 만들기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가 회사 이름을 ‘㈜지방’이라고 지은 것도 어쩌면 제 안에 컴플렉스가 있기 때문에 이걸 극복하고자 지은 걸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이 지역에 있는 친구들은 지역의 가치를 스스로 폄하하는 게 있거든요.
근데, 우리가 이 정도 성장한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문화라든지 이런 산업들을 결국에 지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이것을 ‘지방 도시’라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지역에 이런 다양한 헤리티지 또는 이런 이야기 이런 것들이 있다. 물론 발굴해서 그걸 성장시키는 데까지는 되게 어렵지만 그거는 사실은 청년 말고는 할 사람이 없거든요.”는 답을 내놓았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