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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담양사람들③ 강성오 작가

기사승인 2020.11.03  11: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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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회 송순문학상 우수상 수상자 강성오 작가

담양뉴스는 소설 <추월산 길라잡이>를 응모해 올해 제8회 송순문학상을 수상한 강성오 작가를 만나 수상소감과 함께 작품의 이모저모, 작가의 프로필과 향후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강성오 작가는 본지 전문기자로도 활동중이다. / 대담=장광호 편집국장

■ 먼저 올해 송순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리며, 수상소감은?

☞ 수상도 명예롭지만,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어떤 인물을 형상화하려면 대상에 대한 자료 조사는 필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다루고자 했던 인물은 김덕령 장군의 부인인 흥양이씨 였습니다.
김덕령 장군에 대한 논문이나 서적은 어렵지 않게 구했으나 흥양이씨에 대한 자료를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방법을 달리해야 했습니다. 흥양이씨의 후손인 이원종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어르신께 근행석에 대해 소상히 알 수 있었습니다. 흥양이씨가 친정에 올 때 치마폭으로 쌓아서 왔다는 전설을 읽었지만, 실상은 달구지에 싣고 치마로 덮고 왔다는 말을 듣고 살짝 설레었습니다. 소설 전개 때문에 친정에서 돌아올 때 근행석을 가져온 걸로 묘사했는데, 사실과 다르게 묘사하려니 갈등이 일었습니다. 흥양이씨가 뛰어내린 위치를 실제와 다르게 묘사할 때도 갈등했습니다. 하지만 갈등 그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다음으로 만난 분이 장군의 생가 터가 있는, 성안마을에서 살고 계신 김선호 어르신이었습니다. 그분을 만난 건 커다란 행운이었습니다.
어르신은 기억력이 탁월하여 장군의 묘를 이장했을 때 들었던 말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육탈되지 않은 장군에게서 참수당한 흔적이 뚜렷했다고 했습니다. 참수를 당했다는 자료를 보기는 했지만, 장살로 옥사했다는 자료가 대부분이라 의미 있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의 말에 가슴이 쿵쾅거렸습니다. 장군의 관에 물이 가득 차 있었고, 귀한 약이라고 너나없이 삼학소주 병을 들고 가 다투어 물을 받아왔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 어떤 자료에서도 접하지 못한 내용이었습니다. 가슴이 더욱 뛰었습니다. 마을에서 장군의 제사를 따로 지내고 있다고 했고, 파는 다르지만 장군의 후손이라고도 했습니다.
지금은 빈 터 뿐이지만 장군의 집에서 둘째 할아버지가 한동안 살았다고 했습니다. 집터의 기운이 얼마나 센지 큰할아버지는 살지 못했다는 말도 곁들였습니다. 어르신은 집 뒤 언덕에 올라 장군이 무기를 만들었다는 주검동과 담양 백리가 시작되는 지역, 개선사의 미륵바위에 대한 이야기, 장군의 전설 등 많은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말씀하신 것 모두를, 또한 깊이 있게 담지 못했지만 김선호 어르신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흥양이씨의 본명을 알기 위해 여러 분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분 중 본명을 알고 계신 분이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이름을 지어야 했습니다. 백성 민(民)자를 염두에 두고 민경이라 지었습니다. 민경이라는 이름을 짓기 전에 몇 개의 이름을 지어놓고 어떤 게 좋을지 고민했지만, 이름을 지어주는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소설을 쓰면서 사실을 비틀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자료에 근거하여 상상력을 발휘하고, 의미 있는 이름을 부여하는 큰 즐거움을 맛보았는데 수상의 영예까지 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큰 영광을 얻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이 스쳐지나갑니다. 충장사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문화해설사님들, 원하는 책자가 여유 없음에 안타까워하시며 내가 요청하기 전에 먼저 제본해주겠다고 나선 담양문화원 관계자 분들, 긴 글을 읽고 가감 없이 느낌을 전해준 아내, 용기를 북돋아주신 방송대와 생오지 문우님들께 엎드려 감사드립니다.
 졸작을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까막눈이었던 저에게 소설의 눈을 뜨게 해 주신 문순태 선생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글쓰기에 더욱 정진하여 은혜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소설 <추월산 길라잡이>로 우수상을 수상했는데, 어떤 내용의 소설인가요? 

☞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김덕령 장군의 아내와 주변 인물들의 비극적인 삶을 형상화했습니다. 김덕령은 시묘살이 초장이 끝나자 의병을 모집해 기병했습니다. 두 번 째였습니다.
첫 기병 때는 어머니를 모시라는 고경명 장군과 형의 권유로 돌아왔습니다. 처음 기병 때 형은 금산성 전투에서 전사했습니다. 시신도 수습하지 못했습니다. 이를 겪은 탓에 김덕령의 아내 민경은 노심초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남편의 무사귀환을 비는 게 일과였습니다. 달을 보고 빌고, 정화수를 떠 놓고 빌고, 미륵바위 앞에서 빌었습니다. 그리고 전망이 좋은 동산에 올라 하염없이 남편을 기다렸습니다.
  김덕령은 이몽학의 난에 연루되어 끝내 죽었습니다. 참혹한 시신이라 신원 확인이 어려웠습니다. 대역죄인이라 선산에도 묻히지 못했습니다. 이에 민경이는 김덕령이 아니라고 오해합니다. 김덕령이 꼭 살아오기를 바라며 기도와 기다림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정유재란이 터졌습니다. 민경이는 하인인 능주를 따라 석굴이 있는 추월산으로 갔지만 왜군에게 발각되어 민경이는 절벽에서 투신했습니다.

■ 이번에 송순문학상을 수상한 작품 외에 다른 작품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 단편소설집 『졸복』이 있는데, 균을 위한 발라드 댄스, 그림자놀이, 관, 미끼, 상괭이, 졸복, 농어주낙, 오라해서 갔더니, 분재, 섬소사나무 등 9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 이번 수상작인 <추월산 길라잡이>가 담양관련 역사적인 사실을 소설로 다룬 것인데, 이 작품 외에 구상중인 담양관련 작품 또는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가 있는지?

☞ 담양은 볼거리, 먹거리가 많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재조명되어야 할 인물도 많습니다. 가사문학의 메카라고도 할 수 있는 정자문화도 소설로 형상화 하고 싶고, 관련 인물들을 형상화하고 싶기도 한데 언제 시작할지 계획은 없습니다. 장기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소설로 다루어보고 싶은 분이 있습니다. 환학당 조여심 선생입니다. 의병들이 담양에서 창의했을 때, 먹거리를 준비해 주신 분입니다. 미미한 벼슬임에도 당대의 학자들과 깊은 교류를 하셨고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으셨습니다. 지금은 조여심 선생의 자료를 취합하는 중에 있습니다.

■ 작가로 활동하게 된 동기와 시기는 언제이며 또, 작품활동 중 수상경력과 프로필을 말씀해 주신다면?

☞ 마흔에 방송대 국문과에 입학했습니다. 카페에 글을 자주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소설을 쓰면 좋겠다는 분도 계시고, 시인을 권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정말 글에 재주가 있는 줄 알고 소설가를 꿈꾸고 방송대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글쓰기보다 학문 위주였습니다. 문창과가 있는 학교로 입학을 고민하고 있을 때, 선배가 문순태 소설가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당시 문순태 선생께서 무료로 소설을 지도하고 계셨습니다.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칠 수 없어 바로 달려가 다음 해 시작될 강의에 줄을 섰고,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소설을 본격적으로 배웠습니다. 열정만 앞서, 형편없는 글을 합평받기도 했습니다. 카페에서 들었던 반응과 다르게 혹평의 연속이었습니다. 소설을 포기할 수 없어 필사에 매달렸습니다. 단편으로 따지면 100편 이상을 필사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단편을 열 번 넘게 필사했고, 장편도 필사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니 소설이 달라졌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드디어 호평을 받게 되었습니다.
  문순태 선생님께 소설을 지도 받은 3년 뒤인, 2012년에 한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농어촌문학상 우수상, 목포문학상 남도작가상, 경제신춘문예 우수상, 해양문학상 우수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 끝으로, 문학을 포함해 담양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항이나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송순문학상 덕에 담양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학의 파급력이 예전 같지 않지만 아직도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담양이나, 담양 출신의 인물을 소재로 한 훌륭한 작품이 많이 탄생하여 담양을 널리 알리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관광객이 담양을 전남에서 여수, 순천 다음으로 많이 찾습니다. 메타랜드, 죽녹원, 관방제림, 소쇄원 등 유명지만 들르지 말고 면앙정에 올라 마음의 눈으로 풍경을 감상하고, 잠시라도 아래를 굽어 살피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다른 정자도 들러보고 담양 문화의 향취를 느꼈으면 합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다보면 지금보다 더 많은 문화예술 관련 행사가 생길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문화예술 발전도 이루어지리라 봅니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담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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