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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 지역밀착형 기사/귀농일기(24)

기사승인 2021.02.22  10: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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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농인 전철희 님의 ‘길게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

전철희 귀농인

  직장 잡기 어려운 시대다. 원하는 직장을 잡는 게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수없이 많은 이력서를 제출하고, 어렵게 잡은 직장일지라도 정년까지 보장받기도 어렵다. 해서 나는 애들에게 직장보다 길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말하곤 했다. 애들에게 수시로 그렇게 강조한 건 내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비교적 괜찮은 직장에 다녔다.
한진 그룹의 계열사에 취직해 30년 정도 근무하며 정보통신 업무를 담당했다. 아이티(IT) 업무의 특성상 젊은이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한 해 한 해가 지날수록 경쟁력은 약해졌다.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자연스럽게 퇴직 후가 염려되었다. 퇴직 후에 길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귀농을 결심했다. 귀농을 결심하게 되기까지 장모님 영향이 가장 컸다. 
광주 처가에서 딸기를 재배했는데 휴가 때나 틈틈이 처가에 가서 딸기농사를 거들었다. 그때의 경험이 딸기를 재배해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섰다. 딸기 하면 담양이 최적의 장소라 생각하고 담양에 정착하리라 마음먹었다. 지인이나 연고도 없지만 담양을 택한 이유는 오직 딸기 주산지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월산면으로 이사하여 딸기를 재배하려고 집이며 농지를 알아보러 다녔다. 마땅한 농지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지만, 농지가 나오지 않았다. 농지 구하기가 직장 잡는 것처럼 어려웠다. 목표는 월산면이었는데 여의치 않아 다른 지역까지 알아보러 다녔다. 그러다 봉산면까지 발길을 들여놓게 되었다. 농지와 비닐하우스가 매물로 나왔는데 애초에 염두에 두었던 딸기 하우스가 아닌 방울토마토 재배용 하우스였다. 비닐하우스에는 정식한 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은 방울토마토가 가득했다. 원하는 농지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그동안 무작정 놀 수가 없어 덜컥 땅을 매입했다. 방울토마토에 문외한인 나를 위해 농장 주인께서 두 달 넘게 친절히 지도해주셨고, 손잡고 다니며 인근 농가에 나를 소개해 주셨다. 덕분에 그럭저럭 방울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방울토마토 재배 시설하우스

뜻하지 않게 방울토마토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아내가 더 만족해한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직업을 찾은 듯 아내는 밝고 건강한 표정으로 농사를 짓는다. 세 동에 방울토마토를 키우는데, 한 동에 블루베리를 식재한 것은 블루베리를 하고 싶다는 아내 때문이다. 블루베리 묘목이 자라나는 것을 지켜보는 아내는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귀농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내의 만족도가 높다. 나 또한 현재의 삶에 대만족이다.
 
 귀농하기 전에는 콜레스테롤 수치 때문에 적잖이 고민했다. 건강이 나쁜 것도 아닌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았지만, 귀농 후 수치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뱃살도 줄었다. 서울에서 살 때와 비교하면 천양지차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길게 할 수 있는 일이 생겼으니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인간관계를 맺거나 투자가 아닌 비용을 지출할 이유도 줄어들었다. 다만 봉사할 기회는 아직 생기지 않았다. 
직장에 다닐 때는 주말마다 봉사활동을 했다. 얼추 10년 가까이 했다. 노인들에게 무료급식을 하였고, 단체 생활을 하는 곳이나 기관을 찾아다니며 방역 봉사를 했다. 귀농하기 직전까지 모기나, 유해 벌레를 퇴치하는 일이나 코로나19 방역을 하는 봉사를 했다. 서울에서처럼 담양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어떤 봉사가 필요한지 차츰 알아보고 실행할 것이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봉사활동보다 안정적인 정착이 우선이다. 농사를 짓다보니 주말과 평일의 구분이 모호했다. 심지어 명절 때도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 힘들었다. 이런 상태라 봉사는 시기상조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봉사활동으로 얻었던 행복감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방울토마토 재배법을 익히기에 여념이 없다.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다 싶으면 가까운 농장으로 달려가 수시로 묻고 자문을 받는다. 고맙게도 신발이 닳도록 방문해도 싫은 기색이 없이 친절하고 소상하게 알려주시곤 했다. 그런 분들이 많아 딸기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아쉬움과 후회가 사라졌다. 앞으로도 계속 방울토마토를 재배할 생각이다. 아내도 그렇게 하자고 한다. 

귀농을 더 좋아 하게된 아내와 함께

몇 년이 흘러야 개인적인 시간을 낼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오를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이 되면 주위에서 받은 환대에 높은 이자를 붙여서라도 보답하고 싶다. 애들에게 길게 할 수 있는 일의 모델이 이런 것이었다고 두 눈으로 확인하게 만들고도 싶다. 그런 날이 하루라도 빨라졌으면 좋겠다. 나, 그리고 아내는 그 날을 앞당기려고 방울토마토와 블루베리에게 따스한 시선을 던진다. 방물토마토가 싱그러운 미소를 흘리며 반응한다. 옆에서 블루베리가 몸을 흔들며 춤을 춘다. 덩달아 내 몸과 마음이 들썩인다./강성오 전문기자

※전철희 귀농인은 62년생으로 봉산면 대추길로 2020년에 귀농했다.
(연락처 : 010-9805-0800)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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