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왜 공무원이 개인별로 배상보험에 들어야 할까.

필자는 한때 감사업무를 담당해 본 적이 있었다. 감사 업무는 철저히 기관장의 지시만 받고 그 어떤 사람도 감사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가 없었으며 심지어 수사와 재판을 담당하는 사람들도 감사의 대상이 되었다. 비록 법에 명시된 업무라도 공무원들이 그 절차나 추진 과정에 있어서 이를 준수하지 않았거나 그로 인한 국고의 손실은 명확하게 책임추궁을 하고 변제를 시켰다. 

다만 법을 제대로 이행하였음에도 발생한 불가피한 손실은 국가가 그 손실에 대해서 변제를 해주거나 피해보상을 해주는 제도를 적용하여 소신 있게 업무처리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였다. 이를 위해 국가는 불가피한 손실 보상에 대비하여 전체 공무원 중 발생 가능한 업무에 종사하는 삼분의 일에 대하여 보험을 들어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불법행위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국가기관이나 지방기관, 공공기관에서는 이 제도가 있고 오늘도 많은 감사관들이 부여된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이런 감사관들이 있기에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법을 준수하려고 애쓰고 그래서 이 나라가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감사업무가 소홀하거나 기관장의 눈치를 보게 되면 여기저기서 그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기관이나 국가의 부패지수가 높아지고 재정의 건전성과 효율성이 무너지고 여러 뒷말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2월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2017년 대통령의 고리 1호기 영구정지 발표가 있을 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관련 기업들의 임원들이 ‘임원 배상책임 보험’ 가입하여 왔다고 한다. 소위 직무와 관련해서 법률상 변호사 비용이나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경우 이를 보전해 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이것은 탈원전 정책에 따라 배상책임이 따를 것을 예상해서 미리 들어둔 것 아니냐는 예측들이 나왔고 실제로 내부검토보고서에도 그렇게 되어 있었다. 

그 뒤 감사원이 원전폐쇄 절차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였고 한수원과 산업자원부 직원들이 절차상 불법을 저질러 기소되거나 구속되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래서 보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미리 대비를 하였던 것이다. 아마도 전기요금이 인상되거나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경우도 보험의 효과를 톡톡히 볼 것이다. 문제는 과정이 공정하고 법을 철저히 지키면 이런 보험이 필요하지 않을 것인데 왜 이런 보험을 들어야 하는 것일까. 

한수원과 같은 비슷한 보험 가입 사례가 공무원 사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앙선관위윈회가(선관위)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런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조달청의 계약 유찰로 성사는 되지 못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배상보험이 있음에도 공정선거를 보장하면 되는 선관위가 왜 별도의 배상책임 보험을 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더구나 이는 공무원의 불법적인 행위까지 국민의 세금을 들여 보장해 주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배나무 밑에서 갓끈 고치지 말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또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겠느냐는 말도 그렇다. 괜히 오해받을 짓해서 불신을 일으키지 말라는 것이다. 이번 보험이 순수하게 그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면 모든 공무원들의 사적인 배상책임에 대해서도 한번 쯤 조사를 해서 대책을 세워 볼 만 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공무원 사회가 어쩔 수 없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현 실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