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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 기획연재Ⅴ(소설)/추월산 길라잡이(제11화)

기사승인 2021.05.10  09: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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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오 작가

■ 1594년 3월
<11화>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갈 무렵, 사모관대 차림의 두 명이 여막을 또 찾았다. 담양 부사 이경린과 장성 현감 이귀였다. 능주는 두 사람을 여막에서 몇 번 보았다. 올 때마다 덕령이에게 의병에 가담할 것을 권유했지만 확답을 듣지 못했다. 그런 탓에 그날도 어두운 표정으로 여막을 찾았다. 발길을 들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기대감이 어린 표정은 아니었다. 
 능주와 떡배는 여막 밖에서 기다렸다. 둘이 나가면 본가로 가서 덕령이에게 드릴 저녁을 나를 참이었다. 둘이 여막 안으로 들어가자, 여느 때와 다르게 덕령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이야기하다가 잊어먹을지 모르니, 긴한 부탁을 먼저 드려야겠습니다.”
  점잖은 어조에 무슨 부탁을 하려고 그러는지 능주는 방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무슨 부탁이시길래, 자리에 앉기도 전에 꺼내시온지요.”
  담양 부사의 목소리였다.
  “들어오시면서 떡배를 보셨지요?”
  “떡배라니요? 능주 옆에 있는 노를 말하는 겝니까?”
  “그렇습니다. 부산에서 왔는데 이번 병란으로 부모님이 왜군에 포로로 붙잡혀 있다합니다.”
  “그런데요?”
  담양 부사가 되물었다.
  “사향을 구해오면 부모님을 풀어준다는 약조를 받았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부사님께서 지난번에 사향을 구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습지요.”
  “지금도 소지하고 계시온지요?”
  “워낙 귀한 약재라 요긴할 때 쓰려고 아직 손도 대지 않고 있습니다 그려.”
  “그걸 떡배에게 좀 주실 수 없겠습니까?”
  
 능주는 마른침을 삼키며 대답을 기다렸다. 고개를 살짝 돌려 떡배를 보니, 떡배가 긴장하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능주는 부사께서 사향을 내놓을지 반신반의했다. 아니, 오히려 내놓지 않을 거라는 마음이 컸다. 사향을 대감에게 드린 후에 사향의 약효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사향이 중풍 때문에 생긴 사지마비에 효과가 크다고 했다. 종기 같은 피부질환의 고름을 빨아내는 데도 쓰이고, 여자들의 유산이나 난산, 아이들의 경기에도 효과가 탁월하다고 했다. 중풍이나 아이들의 경기는 주위에서 흔히 일어나기에 상비약으로 보관할 거라고 판단하고 떡배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향이 얼마나 신령스러운 약재인지 모르고 하신 말씀은 아니지요?”
  담양 부사의 말꼬리가 높아졌다.
  “제가 그걸 왜 모르겠사옵니까? 아무리 귀하고 신령스러운 약재라도 사람 목숨보다야 더하겠습니까?”
  덕령이의 말꼬리도 높아졌다. 평소의 괄괄한 성격이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났다.
  “어허, 이렇게 서서 그러지 마시고 앉아서 이야기하시지요.”
  장성 현감이 나섰다. 한동안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도 자리를 잡고 앉느라 그런 모양이었다.
  “언제 병고가 생길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사향은 또 구하면 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떡배가 사향을 구하지 못하면 당장 부모님 목숨이 위태롭지 않겠습니까? 죽고 나면 돌이킬 방법이 없지 않겠습니까?”
  덕령이의 높은 억양이 다시 흘러나왔다.
  “맘처럼 그렇게 쉽게 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그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생향이 아니란 걸 모르지 않잖습니까?”
  “그래서 제가 긴히 부탁드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덕령이의 언성이 이전보다 커졌다. 불안한 마음에 고개를 돌려보니 떡배는 숨죽이고 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온 신경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능주는 생향을 대감에게 준 것이 후회스러웠다. 대감이 요긴할 때 썼다면 후회하지 않겠지만 진상해버리지 않았는가. 자기가 가지고 있었다면 떡배에게 흔쾌히 내주었을 거 아닌가. 그랬다면 덕령이와 담양 부사가 얼굴을 묽히고 언쟁할 일도 없지 않겠는가. 임금님께 진상한 생향이 못내 아쉬웠다. 임금님은 생향을 몇 개나 가지고 있을 것 같았다.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필요하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을 것이었다. 생향을 구하라고 명을 내리면, 어명을 받은 누군가가 바로 구해서 진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궁궐에는 어의도 있고, 조선의 내로라하는 명의들이 득시글할 테니 위급한 상황이 벌어져도 바로 대처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생향을 진상했음에도 대감의 품계에는 변함이 없었다. 생향을 진상하기 전에도 종4품인 사복시첨정이었고, 진상 후에도 변함없이 사복시첨정이었다. 진상하면서 승직을 요구하지 않았는지도 몰랐다.
 

담양뉴스 webmaster@d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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