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칼럼/가을에 읽는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기사승인 2021.10.18  10:39:48

공유
default_news_ad2

- 박환수 칼럼위원

 어제까지도 여름이 너무 길다고 했더니 갑자기 겨울 한파가 급습하여 잔인한 가을을 만들어 버렸다. 서울은 64년 만에 처음 있는 이상추위라고 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잔인한 가을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갑작스런 추위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시인 고은은 가을을 맞은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리고 이 시는 아침이슬을 작곡한 20살 청년 김민기가 곡을 붙여 가을이면 이 노래가 외로움을 더하게 만든다.
오 헨리는 ‘마지막 잎새’에서 가을 마지막 떨어져 가는 담쟁이넝쿨 잎새처럼 자신의 삶이 다해간다고 생각하는 여인에게 결코 떨어지지 않는 잎새를 벽화에 그려 삶의 희망을 주는 감동적인 소설을 썼다.
이처럼 가을은 생명을 다해가는 낙엽처럼 인간들에게 마지막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계절이어서 인지 가을의 이미지는 외로움 그리움 그리고 사랑을 향한 여러 감정들을 표현해주는 계절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시인도 되고 화가도 되고 가수가 되어 이런 모든 감정들을 그려내고 있다.

 아울러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내가 그려내지 못한 깊은 감정들을 남의 글을 읽고 거기에 몰입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지금 세상 돌아가는 것을 생각할 때 소설 속에 있을 법한 일들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애거사 크리스티는 1939년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소설을 발표했다. 외딴섬 호화저택에 초대받아 온 열 명의 손님들은 행운의 휴가를 보낼 꿈에 젖어 있었으나 하나 둘 차례차례 사라져 가 결국 그 섬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들은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 사람씩 죽어간다. 하지만 그들은 법정에서 이미 무죄 판결을 받았기에 억울하다고 하겠지만 누가, 왜 또다시 처벌을 하는 건지 결국 열 명 모두가 죽고 섬에는 아무도 남지 않는다.

 과거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힘없는 사람들만 감옥에 간다는 말이 있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끼리끼리 서로 봐주고 덮어주어 출신지역이나 학교 동문 등의 인연이 작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도 공정하지 못한 듯 보이고 그렇게 선출된 권력들은 돈만 된다면 법을 교묘하게 피하고 이용하여 봐주고 덮어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배고파 천 원짜리 빵 하나 훔쳐도 범죄인이 되는 세상에서 수천억 원을 거두고 펑펑 써대는 범죄 집단이 오히려 당당하게 큰소리치는 세상이니 이 땅 이 하늘에서 어디에 정의와 공정을 바로 세워 달라고 하소연할 곳이 없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소설을 통해 보이지 않는 인물을 등장시켜 세상을 심판하듯 오래 전 우리에게도 홍길동, 임꺽정, 전우치같은 소설 속의 의적들이 등장하여 한 맺힌 서민들의 가슴을 달래주는 소설이 있었다. 소설이라도 좋다.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것은 떨어지고 상록수처럼 공의가 바로서서 다가오는 겨울을 지나고 싶다. 

담양뉴스 webmaster@dnnews.co.kr

<저작권자 © 담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