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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필의 문화에세이(37)

기사승인 2023.03.27  10: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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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고필 위원(문화기획가, 향토사전문책방 이목구심서 대표)

담양의 밤 문화를 만들어야 할 시점에

일몰시간 오후 6시 30분, 그 즈음에 평일 담양읍내는 불이 사위어져 간다. 도심 같으면 이제 새로운 시간이 활짝 꽃피울 시간일 터인데 담양은 담양만의 라이프 사이클이 작동된다. 

밤이 휘황한 것이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담양읍내의 산업구조가 관광에 대한 의존력이 심화될 때는 상황이 다르다.

각 업장이 손님을 맞이할 시간이 업종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환대 중심의 산업에서는 개장하는 시간과 테이블의 회전율이 차지하는 요소는 업소의 수익구조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우두커니 불이 꺼져가는 매장과 상대적으로 환한 가로등을 보면서 대저 담양의 관광이 이리 엉거주춤하는 요소가 무엇인가 질문을 해 본다.

눈에 띄는 것은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환대받을 만한 공간이 부재한 것이 그 이유가 아닌가 싶어진다. 담양의 풍성한 카페나 식당들의 소구 대상이 오로지 젊은 세대를 표적시장으로 하고 본격화한 영업장은 최근들어 조금씩 들어설 뿐 이전에는 무척 드물었다. 인접한 광주시민들의 배후 소비지에 집중된 것으로 이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던 탓이다. 일종의 기본 수익을 그분들에게 두고 그 뒷단의 대상이 관광객이다. 

관광의 스타일이 과거의 대량관광 시스템에서 급격하게 변화해 왔다. 굳이 코로나 때문이라 하기전에 여행정보의 풍성함과 SNS의 발달, KTX와 저가 항공을 비롯한 각종 모빌리티의 등장으로 인한 접근성 향상, 온라인 플랫폼의 발달 등이 소수의 여행, 개별 여행을 촉진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한 시기에 등장한 팬데믹은 마치 한데 몰려다니는 것이 질병 감염의 가장 주원인인 마냥 주저되거나 통제되기 시작하며 이제 여행은 뉴 노멀시대로 진입해 버린 것이다. 단체보다는 소수, 원거리보다는 근거리, 여행기간 선택 요인에 가장 첫 대목이 질병으로부터 안전성과 타자로부터의 격리 가능 여부, 자연친화성 등이 핵심 사항으로 떠 오른 것이다. 

생태와 인문도시로서의 담양은 이런 요소에서는 탁월하게 선점적 위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경유형 관광에서 좀 더 진전된 핫플레이스와 맛집 방문 이후의 단계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요 관광매력물의 방문동기 요인에서 가장 탁월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가족에서는 어린이였다면 대한민국에서는 인스타를 사용하는 청소년을 비롯한 청년세대들이라는 점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들에게 소구되는 핫스팟이 되는 곳을 더욱 견고하게 연결하는 시간 전략과 이것이 시발이 되어 공간을 장소로 치환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의 프로그램과 장면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희소성을 가진 담빛예술창고의 대나무 파이프 오르간의 공연 시간대를 현재의 스케쥴에 더해 야간 공연을 갖게 됨으로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 시급한 것이다. 
국수거리 맞은 편, 향교와 호국사 사이의 강물과 초록을 이용한 미디어 파사드나 미디어 아트 같은 문화적 장면들을 부여함으로서 야간 체류의 동기 요인을 제공하는 전략이다. 
그리고 해동문화예술촌의 경우도 아르코의 공연연습장 등을 활용하여 특정한 일자를 정해 상설공연을 진행함으로서 죽녹원과 메타프로방스 중심의 단순 숙박객을 읍내의 중심으로 방문하도록 동기를 주는 것이다. 

최근 개장한 다미담예술구 또한 관방제림과 국수거리에서 읍내로 들어오는 인터페이스 기능을 하는 곳이다. 자발적인 예술가와 창조인력들이 입주한 이곳이 어느 때고 오픈된 공간이면서도 각자의 자생성을 담지할 수 있는 매력을 부여해 주어야 한다. 입주했으니 그냥 스스로 자생하라는 방식이 아니라 텅 빈 이곳을 문화로 가득 채울 수 있는 마중물이 될 방안을 행정과 중간지원조직과 입주자들이 집단지성의 힘으로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차츰 다미담 만의 고유성을 지닌 공감과 공유와 공생의 마당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다미담은 일종의 테스트 베드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은 외부자의 단편적인 시각에 불과하다. 그 안에 입주한 작가나 크리에이터들이 열망하는 것은 사적 영역이 보장되며 공적 영역까지 촘촘하게 확장하는 순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몇 년간 부재했던 다미담의 주인이 들어왔으니 담양읍내의 사회구조와 문화속에 일종의 전환의 한 시기로 온 것이 틀림없다. 공적 자산의 사회적 활용의 한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최전방의 다미담예술구를 지나면서 넘치는 방문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며 담양의 문화와 삶을 가장 살갑게 마주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더불어 존재하지 않는 담양의 밤 문화를 일구는 선구자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까지 곁들여 본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담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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